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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투자계획 전면 재검토

Posted January. 24, 2003 22:22,   

모두가 잠들어 있었던 24일 오전 1시. 증권거래소 공정공시 시스템에는 총 발행주식의 3%를 자사주로 매입하고 올해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SK텔레콤의 공시가 급히 올라왔다.

이는 SK텔레콤 주가가 전날 33개월 만에 하한가를 기록한 것에 대한 긴급 진화 조치였다. 주가 급락은 SK텔레콤이 22일 투자설명회에서 제3세대 이동통신인 W-CDMA 장비 투자에 52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정승교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전망이 불확실한 W-CDMA에 거액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투자자가 수긍하지 않아 주가가 급락했다며 시장은 수익성이 좋지 않은 투자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주의 힘에 굴복한 것.

또 다른 사례 하나. 지난해 민영화된 KT는 당초 올해 3조원 정도를 투자하려고 했다. 그러자 즉각 외국인투자자로부터 훈수가 들어왔다. KT의 1대 주주인 브랜디스는 호주의 유선통신 1위 사업자인 텔스트라의 투자계획을 비교대상으로 제시하면서 현재 통신업종에 성장잠재력이 있는 신()사업이 보이지 않는 만큼 투자액수를 줄일 것을 요구했다.

결국 KT는 투자액수를 올해 예상 매출액의 21% 수준인 2조6000억원으로 줄였다. 한때 매출액의 30%까지 투자했던 민영화 이전 KT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KT의 김창건 IR 부장은 민영화 이후 KT의 주인은 투자자이기 때문에 주주와 협의해서 투자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투자자들의 뜻에 따라 투자규모를 결정할 경우 장기적인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정보통신부 송유종 기술정책과장은 단기적인 수익만 생각했더라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같은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국내 이통통신도 첨단분야에 선행()투자를 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