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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의혹의 핵심 보아야

Posted December. 17, 2001 10:53,   

김대중() 대통령이 오늘 오전 청와대에서 경제장관 간담회를 주재한다.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지 닷새 만에 처음 갖는 공식적인 자리다. 자리의 성격상 주요 의제는 청년실업 대책 등 경제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 자리에 관심이 높은 것은 단지 경제문제에 대한 대통령 말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날이 새면 들려오는 것은 온통 이런 저런 게이트에 얽힌 권력형 부패 얘기뿐이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까지 부패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는 자리의 성격을 떠나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은 민주당 교육특위 부위원장이던 최택곤()씨를 구속한 데 이어 이번 주초 신 전 차관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은 단순히 최씨가 진씨로부터 얼마를 받아 신 전 차관에게 얼마를 전달했는지, 신 전 차관의 주장대로 한 푼도 받지 않은 사기극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 국가정보원 검찰 등 국가 중추기관이 모조리 집단부패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의 봉투설까지 보도돼 과연 의혹의 핵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국정원 게이트로 파악하고 있다는 보도다.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이 지난해 수사 당시 가짜 리스트로 권력 핵심부를 협박해 수사 진행을 방해했고 최근 수사망이 자신에게 좁혀 오자 신 전 차관 및 정치인들의 금품수수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가짜 리스트에 오른 권력 핵심부 인물들이 김씨의 협박에 굴해 검찰에 압력을 가했고 검찰은 그 압력으로 수사를 어물어물 덮어 버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만 보지는 않는다. 비록 검찰은 그런 심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혹의 핵심은 협박을 받아 수사진행을 방해한 권력 핵심부의 인물이 누구냐는 게 아닌가. 검찰이 누구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 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그것이 가려진 채 특정인의 혐의로만 좁힌다면 국민적 의혹은 여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