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눈이 덮인 차가운 겨울 들판을 배경으로 밝은 별들이 축제를 벌이는 요즘이다. 매운 바람이 방해되기는 하지만 카펠라 씨리우스 등 많은 일등성들이 벌이는 하늘 축제에 참여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더구나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며 우주와 인류와 나 자신의 의미를 찾아 낸다면 금상첨화.
그 의미를 알기 위해선 우선 별과 우주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우주를 발견하는 일이고 나를 발견하는 일이며, 나와 신과의 관계를 따져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는 너무 넓고 큰 반면 우리의 감각과 사고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런 것은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고, 날카로우며,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영혼을 가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우주가 감추고 있는 신비의 한 자락을 들춰보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6년 타계한 위대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많은 사람들을 우주의 신비 속으로 안내한 드문 사람 중 하나다. 세이건 박사는 태양계와 우주에 관한 과학 해설서와 다양한 텔레비젼 강좌, 소설 등을 통해 인류에게 우주가 무엇인지, 우주에서 인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설명했었다. 이번에 출간된 에필로그 콘택트 창백한 푸른 점은 그의 책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힌 책들이다.
또 까치에서 번역 출판된 스티븐 호킹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 역시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 풍경의 의미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훌륭한 우주 안내서이다.
이중에서 콘택트는 칼 세이건의 장편 SF 소설로 우주에 대한 폭넓은 과학 지식과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 그리고 탄탄한 구성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이미 1997년에 영화로도 소개돼 많이 알려져 있는 콘택트는 전파 천문학자인 엘리 에로웨이가 직녀성의 우주인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수신하여 그들이 보내온 기계설계도에 따라 기계를 제작한 후 접촉한다는 내용이다. 지구인을 향해서 보내오는 메시지 속에 지구에서 발사한 텔레비젼 전파를 포함시킨 설정이라든가 엘리 일행과 접촉하는 우주인이 엘리 일행의 기억을 조사한 후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과 같은 설정은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엘리의 인간적인 고뇌와 고민을 설명하고, 우주와 종교의 문제를 연결시키고 대비시키는 일에도 게으리지 않았으며 천문학을 비롯한 현대 물리학의 폭넓은 지식을 활용하는 데도 성공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과감한 생략법을 통해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이끌어 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콘택트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참으로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 포만감에 젖을 수 있었다.
에필로그는 천체 물리학자가 쓴 우리 주변의 이야기지만 칼 세이건 특유의 감각을 통해 그것이 우리의 일상사일 뿐만 아니라 우주와 연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티븐 호킹이 쓴 호두껍질 속의 우주는 앞의 두 책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우주의 문제를 다룬 과학서적이다. 이 책은 이미 시간의 역사를 통해 과학 대중화에 대성공을 거둔 바 있는 스티븐 호킹이 다시 한 번 우주의 문제를 거론한 책이다. 시간의 역사가 대중적인 인기와는 달리 내용이 어려워 책을 산 사람의 불과 2%만이 끝까지 읽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수많은 그림과 도표를 사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그러나 제3장 호두껍질 속의 우주는 아무래도 어렵다.)
어떻든 호킹의 이 책은 우주의 구조와 인류의 미래를 다룬 책들 중에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브레인 이론은 끊임없이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루어 온 과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난해보이기만 하는 어려운 물리학의 주제들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만한 책들과 함께 한다면 금년 겨울 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밝게 보이지 않을까?
곽영직(수원대 물리학과 교수)
콘택트(전 2권)
칼 세이건 지음
에필로그
칼 세이건 지음
호두껍질 속의 우주
스티븐 호킹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