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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와히드 '계엄령카드' 뽑나

Posted May. 28, 2001 10:21,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8일 대국민 성명에서 질서회복을 위한 단호한 조치만 언급했을 뿐 국가비상사태나 계엄령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수실로 밤방 유드호요노 안보장관도 이 성명은 법 질서 유지를 강조한 것일 뿐 비상사태 선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보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통령 특별성명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와히드 대통령은 27일을 비롯해 최근 수차례 의회가 탄핵 움직임을 중단하지 않으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와히드 대통령이 강경책을 선택한 것은 30일 의회가 탄핵을 위한 국민협의회 비상 총회 소집 여부를 정하는 회의를 열기 때문. 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와히드 대통령이 26일 제의했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과의 권력 분점안 수용 여부도 정한다. 권력분점안 거부로 결정이 내려지면 의회는 즉각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국민협의회 특별총회를 소집하게 된다. 메가와티 부통령은 권력분점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 탄핵 움직임을 중단시킬 수 있다.

또 경찰은 법원의 영장 없이도 체포와 구금, 가택수색 등을 할 수 있어 정적들의 횔동을 막을 수 있다. 의회의 탄핵 움직임에 동조해온 비판적인 언론 매체의 입도 봉쇄할 수 있다.

의회는 그간 탄핵 움직임을 이유로 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명백한 위헌이며 만일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즉시 국민협의회를 소집해 탄핵하겠다고 맞서왔다. 와히드 대통령이 이날 성명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명시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의회의 반발을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회의 탄핵 압력이 높아지면서 28일 와히드 대통령의 고향인 동()자바섬에서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야당 의원의 집에 돌을 던지는 등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 대통령 지지자는 대통령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수도 자카르타에 1000여명의 시위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경찰은 28일 정오(현지시간)를 기해 인도네시아 전역에 내려졌던 비상경계 태세를 2급에서 1급으로 상향조정했다고 발표했다.



홍성철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