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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세 없이 실무형으로 출범한 박근혜 식 인수위원회

[사설] 실세 없이 실무형으로 출범한 박근혜 식 인수위원회

Posted January. 05, 2013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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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실세나 측근의 이름은 없었다. 오히려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자기 분야에 몰두해온 학자와 전문가형 위원들이 많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번 인수위는 새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국정철학과 정책기조 초안을 설정해 새 정부의 원활한 출발을 준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치색이나 논공행상, 지역 편중이 눈에 띄지 않는 대신, 인수위 분과 22명(간사 포함) 중 7명이 미래연구원 출신으로 박 당선인의 의중과 정책을 잘 아는 사람들이어서 사전 청와대로 불렸던 역대 인수위와는 다른 모습이다.

국정기획조정 분과 간사로 발탁된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조직개편과 국정과제 선정 등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박 당선인과 개인적 연()도 없고,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이런 소신대로라면 공직을 전리품처럼 나눠먹는 조직개편이나 보은()인사, 공직을 통해 사익을 취하는 부패와 불투명한 행정은 인수위 때부터 개혁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교 국방 통일간사인 김장수 전 국방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꼿꼿 장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확고한 안보의식으로 이름나 있다. 경제1, 2분과 간사들은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중소기업 위주 경제구조개편을 염두에 두고 인선한 듯 하다. 그러나 인수위원들 중에 박 당선인에게 거침없이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인수위는 앞으로 들어설 정부의 성격과 성패까지 알려주는 미래의 거울이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는 부동산정책 자문위원이 고액 부동산 컨설팅을 해 주다 해임되고, 국가경쟁력특위 관계자들이 점심 때 인천 강화군까지 가서 장어요리 향응을 받아 이경숙 위원장이 수차례 사과해야 했다. 40대 학자가 중심이었던 노무현 정부 인수위에서는 한 전문위원이 노동부의 업무보고를 받던 중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등 점령군 행세를 해 물의를 빚었다. 전자는 공공마인드의 결여, 후자는 설익은 이념과잉이라는 두 정권의 성격이 인수위 때부터 드러난 셈이다.

민주당은 이번 인선에 대해 역대 다른 인수위보다 늦게 발표를 하면서도, 배경설명조차 없는 일방통보식 인사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수긍할 대목이 없지 않으나 인수위는 결국 일로써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인수위의 존재 이유는 국정의 연속성 유지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의 공과()를 가감 없이 평가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새 정부 국정운영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100% 대한민국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순항할지는 인수위원회가 얼마나 엄중하게 국사()를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