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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앞 날아온 美 ‘반도체 청구서’

정상회담 앞 날아온 美 ‘반도체 청구서’

Posted April. 25, 2023 08:40,   

Updated April. 25, 20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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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미 기업 마이크론의 대(對)중국 수출을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부족분을 채우지 말아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제품 판매를 제한해 달라며 대중 반도체 전쟁에 사실상의 동맹국 기업 ‘참전’을 처음 요구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 등을 잇달아 시행하며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우려나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이번 정상회담 성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대통령실과 백악관 간 논의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준비하는 우리 정부에 이 같은 요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최근 마이크론이 국가 안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조사에 착수한 데 따른 맞대응 성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양국의 논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한다는 건 변함없다”고 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동아일보 질의에 “양국은 국가·경제안보,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한 한미 협력을 심화하는 데 역사적 진전을 이뤘다. 이런 노력엔 반도체 분야 투자 조정과 핵심 기술 보호,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이 포함된다”며 “다가올 국빈 방문에서 이 모든 분야에 대한 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반도체 규제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이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북핵 대응 확장억제 강화 등 여러 핵심 현안에 대한 미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 요구는 회담을 앞둔 우리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중국의 마이크론 조사가 제품 판매 금지로 귀결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고객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안으로 추진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응할 경우 중국의 압박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자국 반도체 굴기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자·인공지능(AI)·바이오·우주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한미 동맹을 ‘첨단기술동맹’으로 격상하는 방안 등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방미 기간 중 양국 관련 기업들은 반도체·배터리·전기차·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여러 건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 중이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