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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사태, 美-러 갈등으로 확산

Posted January. 08, 2022 08:20,   

Updated January. 08, 20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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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에 나선 정부군의 유혈 충돌로 수십 명이 사망한 카자흐스탄 사태가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 6개국 군사안보 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가 공수부대원 2500명을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 파병하자 미국은 “인권 침해 여부를 주시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이번 공수부대 파견 결정에 대해 “최근 카자흐스탄 사태는 훈련되고 조직화된 무장단체를 이용해 국가의 안보와 통합성을 무력으로 훼손하려는 외부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기관 장악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지켜볼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카자흐스탄 정부 측에 평화적 해결과 언론의 자유 존중을 촉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CSTO는 6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파병 요청에 따라 공수부대 1진 2500명을 투입했다. 부대원들은 이날 저녁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다. CSTO 측은 “파견 기간은 수일∼수주가 될 수 있다. (평화유지군이 공격 받으면)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카자흐스탄은 미국 러시아 양측과 각각 긴밀히 교류해 왔다. 러시아는 옛 소련에 속했던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카자흐스탄 내 석유 관련 시설에도 대거 투자했다. 미국 역시 카자흐스탄이 1991년 독립했을 당시 가장 먼저 독립국가로 인정했으며 이후 석유 및 석탄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이번 CSTO 파병으로 카자흐스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러시아 관영 RT방송 편집장이 카자흐스탄 정부가 러시아 문자인 키릴문자를 사용해야 하고 러시아어를 제2 외국어로 지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선 정부군과 시위대가 일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 도시인 알마티에서 거센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공화국광장이 6일(현지 시간) 저녁 정부군에 점령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곧 총격전이 재개됐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현지에선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를 피해 도주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1991년 집권해 2019년 스스로 물러났지만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위대의 분노를 사고 있다.


임보미 bom@donga.com · 황성호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