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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풀린 트럼프측 “이젠 힐러리 특검해야”...민주당에 반격

족쇄 풀린 트럼프측 “이젠 힐러리 특검해야”...민주당에 반격

Posted March. 27, 2019 08:36,   

Updated March. 27, 20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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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4용지 4장 분량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 요약본이 미국 정치권의 희비를 일순간에 바꿔 놓았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의 공모 혐의 및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를 모두 명확히 입증해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맞불 특검’을 거론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빨리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플랜 B’가 없는 탓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동안 뮬러 특검에 대해 ‘악당’이라고 비난하며 수차례 해임 시도를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180도 돌변해 “명예롭게 행동했다”며 처음으로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매우 매우 사악한 일, 매우 매우 나쁜 일들을 한 사람들이 저 밖에 있다. ‘반역적’ 행동을 한 이들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특검 수사를 독려한 민주당 의원들과 수사에 협조하면서 자신을 배신한 일부 측근, 이를 다룬 언론들까지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최측근이자 상원 법사위원회를 이끄는 린지 그레이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제 특검 조사 대상은 힐러리 클린턴 진영이 돼야 한다”고 공격했다. 대선 때 클린턴 진영은 트럼프 후보의 민주당 e메일 해킹 의혹을 제기한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을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특검 수사가 이뤄졌다.

 AP통신은 이날 “의기양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싸움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과 선거 캠프가 수사 결과를 정치적 기회로 활용한다는 차기 대선 전략까지 수립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점을 부각시켜 전통적 지지층뿐 아니라 무소속 및 중도적 민주당 지지층까지 불러 모은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반면 특검 수사를 ‘엄호’하며 수사결과가 나오기만을 고대했던 민주당은 완전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반(反)트럼프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민주당의 셈법이 뒤죽박죽으로 엉클어졌다. 민주당은 이제 완전히 다른 정치적 현실을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간절히 원하는 보고서 원본 제출도 지지부진하다. 하원에서는 ‘즉각 제출’ 결의안이 통과됐으나 상원에서는 우세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표결 자체를 무산시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바 법무장관에게 “4월 2일까지 제출하라”고 데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바 장관이 이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예상을 뒤엎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당사자인 뮬러 특검은 24일 워싱턴 백악관 건너편에 위치한 세인트존스 에피스코펄 교회 예배에 참석하면서 사흘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보려는 구경꾼이 몰려들어 인근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지만 그는 수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