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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가슴에 달았던 인공기, 지금은 간데 없어

종업원 가슴에 달았던 인공기, 지금은 간데 없어

Posted September. 30, 2017 09:12,   

Updated September. 30, 20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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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 내 북한 식당들이 ‘북한 지우기’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가 자국 내 북한 기업 폐쇄 조치를 발표한 28일 밤 방문한 베이징의 J식당은 북한 분위기를 완전히 없앴다.

 대북 제재 국면인 올해 7월 문을 연 이 식당 여종업원들은 북한말을 썼지만 인공기나 김정은 배지 등을 달지 않았고 북한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종업원들의 공연이나 자국 홍보 동영상도 없었다. 메뉴 역시 ‘조선냉면’ ‘동태찜’ 등은 차림표 뒷부분에 있었고 대부분이 중국 음식이었다. 한 여종업원은 “사장은 중국인이고 (북-중) 합작 식당”이라고 답했다. 계산대의 중국인 관계자에게 “북한 종업원들 모두 곧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 일은 자세히 모른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 식당 역시 내년 1월 초 전까지 문을 닫아야 한다.

 중국 상무부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통과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중국 내 북한이 설립한 합작(조인트벤처), 합자, 외자(독자기업)가 120일 내에 폐쇄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안보리 결의 원문을 보면 합작과 합자만 있을 뿐 외자는 없다. 물론 북한 내에 북한이 독자 투자한 기업이나 식당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 상징적인 조치일 수도 있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이 중국에 투자한 액수는 7만 달러(약 8000만 원) 수준에 그쳤다. 북한 식당 기업들이 중국에서 대부분 운영하는 형태는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 노동력 등으로 메우는 합작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번 조치로 북한이 독자 투자한 거의 유일한 베이징의 대표적인 북한 식당 ‘해당화’도 폐쇄 대상이 됐다. 해당화는 ‘모범적으로 지도부에 충성자금을 바친 사례’로 북한에서 영웅 칭호까지 받은 곳이다. 이 식당은 상하이에 김치공장을 세워 중국 슈퍼마켓에 납품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나 식당은 물론 공장도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에 북한과 합작 투자를 한 중국 기업들도 발을 빼야 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기업들이 북한 내 자전거 자동차 산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나진·선봉 지역에 진출한 중국 기업도 철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식당 등에서 일해 온 북한 근로자들도 식당 폐쇄와 비자 연장 금지로 귀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여유국에 따르면 2015년 중국에 온 북한인은 총 18만300명으로, 이 중 2만5900명은 사업차, 9만4200명은 취업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 중 3분의 2가량의 북한인이 중국의 제재 조치로 사실상 쫓겨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동연 call@donga.com ·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