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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악의 해

Posted December. 31, 2016 08:22,   

Updated December. 31, 20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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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이 저물고 있다. 후대에 2016년의 역사를 한 줄로 축약해서 쓴다면 어떻게 기술할까. 동아일보가 선정한 2016년 10대 국내 뉴스를 보면 1위 최순실 국정 농단부터 10위 미세먼지까지 통틀어 반가운 뉴스는 단 하나도 없다.

 2016년은 혼란스러웠던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침체되고 있는 경제의 회복 등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각종 난제가 시원하게 풀리기를 기원했지만 경제는 불확실성 속으로 더욱 빠져들고 있고, 남북한 대치는 심화되었고, 생각지도 못한 지진 등 자연재해가 걱정거리로 부상하는가 하면 이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이 혼미하게 접어들었다.

 2016년은 부끄러웠던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진실 여부가 완전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최순실 스캔들은 우리나라 최고 권력의 무력함뿐만 아니라 부도덕함이 만천하에 알려지면서 중국에서조차도 세계 10대 뉴스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동안 어렵게 쌓아왔던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죄 없는 보통 어른들도 아이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다.

 2016년은 힘들었던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수출 전선이 무너졌고,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살아남은 사람도 월급봉투 두께가 작년만 못하다. 그래서인지 연말 송년회 풍속도부터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 모임 자체가 줄었고, 만나서 술도 덜 마시고 노래방에도 잘 안 간다. 2차 간다는 것이 커피 한 잔이고, 집에 갈 때 택시도 잘 안 탄다. 음식점도 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불황, 1997년 이후 처음 본다 한다.

 병신년에는 과거에도 120년 전인 1896년의 아관파천을 비롯해 좋지 않은 일이 많이 발생했다고 숙명론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참으로 답답했던 한 해였던 것은 분명하다. 연초의 각종 국가과제 중 제대로 해결된 것은 별로 없는 상태에서 그동안 곪았던 환부가 곳곳에서 터져버린 한 해였다. 그렇지만 ‘곪아 터졌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다행스럽기도 하다. 어차피 터질 것이면 빨리 터질수록 좋은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 정치 경제 사회의 환부가 드러났다는 것은 무엇을 치료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단을 할 수 있고, 그렇다면 해결 방법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은 ‘바닥 친’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주식도 부동산도 성적도 바닥을 치고 나면 이제 오를 일만 남는다. 2016년이 그동안의 내리막길 흐름을 마감하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바란다.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원리’로서 설명했다.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이 바로, 인간 사회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설파했다. 별다른 도전이 없었던 민족은 큰 발전도 없었다. 2016년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들 면면을 보아도 힘쓰는 국가치고 크고 작은 도전이 없었던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도 1910년 일제 침탈과 6·25 민족상잔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불굴의 국가로 분류된다. 최근 20년을 보더라도 1997년 외환위기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우리는 슬기롭게 극복했다.

 현재 나타나는 국가적 각종 병리 현상들은 지난 50여 년간 성장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것이 많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 치료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2017년도 이래저래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도 높고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 정도의 리스크는 항상 있어 왔다. 역사는 진행형이기 때문에 그해에 바로 평가하기 어렵다. 시간과 세월은 그냥 흘러가지만 역사는 지나간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재평가된다. 지금은 혼란스럽고 부끄럽고 힘들었던 역사의 순간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된다면 그해는 도약의 발판의 해로 최종적으로 기록될 수 있다.

 2016년이 버리고 싶고 잊고 싶은 과거가 아니라 나쁘지 않은 추억으로 기록될 수 있느냐는 2017년에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지난 50여 년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지금은 피로가 겹친 상태인 것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성장 세대인 50, 60대도 아직은 의욕이 넘치고 있고, 중심 세대인 30, 40대는 야망이 있고, 미래 세대인 20대에게 꿈이 있는 한 대한민국호는 2017년 창공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오를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