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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촛불 민심 두렵다면 ‘탄핵 시계’ 되돌릴 생각 말라

친박, 촛불 민심 두렵다면 ‘탄핵 시계’ 되돌릴 생각 말라

Posted November. 26, 2016 09:02,   

Updated November. 26, 20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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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갑자기 전날 야3당이 합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일정을 거부하고 연기 협상을 제안했다가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의 항의에 번복했다. 이로써 빠르면 내달 2일, 늦어도 9일이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공산은 높아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해온 친박(친박근혜)계가 조직적으로 저항할 경우 탄핵 표결이나 일정에 변수가 생길 수도 없지 않다.

 정 원내대표는 연기 협상 제안 이유로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들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상당 기간 늦어질 경우 국정 공백과 혼란이 장기화할 수 있고, 반대로 일찍 탄핵 결정을 내릴 경우 60일 이내에 졸속 대선을 치러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작용까지 감안해 탄핵 일정 시기를 조정하자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개헌 논의가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런 생각들이 순전히 정 원내대표 개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친박이나 청와대와의 교감에 따른 것인지 모르나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탄핵은 퇴진이나 2선 후퇴를 거부한 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사실 탄핵에 관한 한 야당보다는 여당이 더 적극적이었다. 헌법과 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질서 있게 징치(懲治)하는 방식이 탄핵이다. 기왕 탄핵을 추진키로 한 이상 다소의 부작용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개헌을 탄핵과 연계시키면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어려워 무한정 시간을 끌 우려가 있다. 일단 탄핵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고 난 뒤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별도로 추진하면 된다.

5차 촛불집회가 예정된 오늘 서울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0만 명, 전국적으로 20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도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핵심 친박들이 아무리 매일같이 모여 머리를 싸매고 궁리해도 지금의 흐름을 되돌리기는 불가항력이다. 탄핵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적극 협조하는 것이 그나마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리고 또한 새누리당이 살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