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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위협에 중립 포기하고 미국에 줄 선 핀란드를 보라

러시아 위협에 중립 포기하고 미국에 줄 선 핀란드를 보라

Posted August. 26, 2016 07:15,   

Updated August. 26, 20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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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엄격한 중립을 표방했던 핀란드가 올 가을 미국과 방위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는 24일 자국 영토에서 처음으로 미국과 가상 적군의 공습에 맞서는 합동 공군훈련을 실시했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엔 합류하지 않았던 핀란드가 미국의 안보우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역시 러시아 눈치를 보느라 NATO에 가입하지 않은 스웨덴도 6월 미국과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km의 국경을 맞댄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 한 세기 이상 러시아의 간접 지배를 받았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틈타 독립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과의 두 차례 전쟁에서 모두 패해 영토의 12%를 빼앗겼다. 이후 핀란드는 1948년 소련과 우호협력원조조약을 맺고 소련의 적대국가에 영토를 제공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치적 자율성을 인정받았다. 여기서 약소국이 생존 차원에서 강대국에 묵종하며 독립을 지키는 외교안보 노선을 지칭하는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말이 1960년대 독일에서 생겨났다.

 핀란드화는 과거 생존 차원에서 중국과 조공과 책봉의 사대관계를 유지했던 한국으로선 낯선 개념이 아니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에 나서면서 경제적 영향력을 내세워 한국을 핀란드화하려 한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 지 오래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우리를 비상식적으로 겁박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이유로 주변 강대국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결코 국가의 생존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핀란드의 역사가 보여준다. 중국이 영토적 야심을 드러낸 러시아와 다를 것으로 본다면 착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고 했다. 역대 정권은 그 동안 ‘등거리 외교’니 ‘균형자론’이니 하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도 북을 일방적으로 감싸는 중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김정은은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핵 공격 능력을 완벽하게 보유한 군사대국의 전열에 당당히 들어섰다”고 호언했다. 자력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면 누구 손을 잡아야 안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지는 자명하다. 아직도 중국에 환상이 있다면 핀란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