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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무슬림 런던시장

Posted May. 10, 2016 07:28,   

Updated May. 10, 201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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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영국 런던에서 신임 시장이 선출되자 이역만리 파키스탄 정계가 들썩였다. 파키스탄 이민 2세 사디크 칸의 당선에 유력 인사들이 앞 다퉈 축하인사를 보냈다. 노동당 소속 칸은 득표율 57%로 집권 보수당 후보를 제치고 첫 무슬림 시장이 됐다. 그는 버스기사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사이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임대주택에 살면서 공립학교를 다녔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2005년 하원의원으로 정계 입문했다.

 ▷런던은 영국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밀집된 곳이다. 시민 8명 중 1명꼴로 무슬림인데 그중 파키스탄계가 압도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50“60년대 파키스탄에서 대규모 이민을 받은 결과다. 당시 파키스탄 같은 영연방 출신 이민자는 시민권을 쉽게 받았다. 1947년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분리 독립한 뒤 빈곤계층이 더 나은 삶을 찾아 영국에 건너왔다. 인력 부족에 허덕였던 영국은 파키스탄 이주민들을 반겼다.

 ▷철강 직물산업을 중심으로 취업한 초기 이민자는 생활이 안정되면 바로 가족을 불렀다. ‘연쇄이민’을 통해 파키스탄 공동체가 영국에 뿌리를 내렸다. 이 공동체가 사디크처럼 긍정적인 롤 모델만 배출한 건 아니다. 주류 사회에 대한 소외감과 반발로 테러범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도 있다. 2005년 7월 런던 지하철에서 파키스탄계 4명이 동시다발 자폭테러를 벌였다. 작년 IS가담을 위해 시리아로 떠난 10대 소녀 3명의 배후가 파키스탄계 여성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독교 문화권인 서구 국가의 수도 시장에 당선된 것만으로 칸이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종교나 이념을 떠나 소통과 통합을 위한 그의 유연한 언행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 당내 강경파 제레미 코빈 당수와도 거리를 둔다. 7일 취임식에선 “모든 런던 시민의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골수 지지층에 집착해 외연을 넓히지 못하면 노동당의 미래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 다양한 정치세력을 끌어안겠다는 칸의 ‘빅텐트(Big tent)’론이 그를 런던시장으로 만들었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