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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IBM 서버가 수상해 사이버전쟁 대반격

Posted May. 29, 201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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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9일 중국군 장교 5명을 미국 기업을 해킹한 혐의로 기소한 데 반발해 중국이 대미() 경제 제재나 다름없는 융단폭격식 반격에 나섰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를 직접 주도하고 있다는 정황까지 감지되는 등 미중 양국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미국 블룸버그뉴스와 홍콩 밍()보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과 재정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은 최근 시중 은행의 미국 IBM 서버 이용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중국 각 은행의 전산망을 IBM 서버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금융 안전에 위험 요인이 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사 결과는 시 주석이 올해 2월 창설해 직접 조장을 맡고 있는 중앙인터넷영도소조에 보고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은행 본사의 한 중간 간부는 밍보와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대부분 IBM 서버를 이용하며 미국산 서버가 보안상 잠재적 위험 요인인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도감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이 자국산 인터넷 설비에 감시제어 소프트웨어를 몰래 깔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조사 결과를 봐 가며 은행들의 서버를 국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중국우정저축은행은 산둥() 성 지난()의 랑차오()그룹이 생산한 서버를 시험 도입했다. 중국 은행들이 대대적으로 서버 교체에 나선다면 IBM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IBM의 올해 1분기(13월) 중국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떨어진 상태다. 컨설팅회사인 BDA의 덩컨 클라크 중국지사장은 중국 전산업체들의 미국 기술 의존도도 과거와 달리 낮아지고 있어 적극적으로 자체 제작 서버의 보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번에 시중 은행들의 서버에까지 손을 댄 것은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들을 해킹 혐의로 기소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는 앞서 20일에도 관공서용 컴퓨터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8 운영체제(OS)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베이징() 시도 21일 외국에서 들여온 정보기술(IT)에 대한 보안 심사를 더 엄격히 실시하겠다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거들었다.

22일에는 중국이 240억 위안(약 4조 원) 규모의 미국산 원자로 구입을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홍콩 언론을 통해 소개됐고 25일에는 중앙정부가 국영기업들에 매킨지 등 미국 컨설팅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터넷정보연구센터는 26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 국가지도자와 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을 감청해왔다고 주장했다. 미국 역시 도감청 및 해킹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진핑 정부가 출범 초기에는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겠다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에서 미국이 일본을 일방적으로 두둔한 데 이어 해킹 문제까지 터지자 전례 없는 강공을 쏟아내면서 대미 외교의 틀까지 수정되는 기류라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