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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는 공짜가 아니다

Posted July. 06, 201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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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뉴스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어젯밤 놓친 드라마를 본다. 대부분 공짜다. 뉴스를 돈 주고 본다면 무슨 멍청한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인터넷에 뉴스가 넘쳐나는데 돈을 내고 본다고?

읽을거리가 귀했던 시절, 밑줄을 쳐가며 신문을 읽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미디어로는 종이 신문만 한 게 없다. 대형 사건부터 화제의 인물까지 요모조모 담아내는 정보의 양에서도 다른 매체가 따라오기 어렵다.

방송 뉴스는 영상에 치우치고, 인터넷은 정보의 편식()을 가져오기 쉽다. 그럼에도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넓게 퍼졌다. 공들여 만든 콘텐츠가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신문사들의 수난이 시작됐다.

지난주 미국 유수의 신문사들을 다녀왔다. 미국 신문 업계는 온라인과 모바일에 밀려 최근 몇 년 새 경영 상태가 크게 나빠져 있었다. 대도시 일간지들이 줄줄이 폐간됐고, 남은 신문사들도 기자들을 해고하거나 인쇄 부수를 줄였다.

반대로 작지만 중요한 변화도 확인했다. 미국 독자들이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월 말 기준 70만8000명의 독자(audience)가 돈을 내고 온라인 뉴스를 보고 있다. 2011년 9월 32만4000명이었던 온라인 유료 독자가 1년 반 만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NYT 관계자는 웹(web)에서는 모든 것이 무료였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달 중순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화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 태블릿PC로 한 달에 20개 기사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지만 그 이상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독자들은 말할지 모른다. NYT나 WP니까 돈 내고 보지. 독자들로부터 그만한 신뢰와 가치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한국 신문들의 책임이다.

한국만의 독특한 환경도 있다.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가 온라인에서의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무차별로 뉴스를 내보낸다. 국가 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포털을 통해 직접 소비시장에 진출해 회원사인 신문사들과 경쟁하는 이상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런 상황이 한국의 온라인 뉴스 시장을 심하게 왜곡시키고 종이신문까지 압박한다.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신문이 남 탓만 하고 있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백 명의 기자들이 오랜 시간 품을 팔아 취재한 기사가 불과 몇백 원의 온라인 광고에 팔려 간다면 뉴스의 질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종이로 인쇄되던 뉴스가 디지털로 옮아가면서 부실화 연성화 오락화하고 있다. 중요한 정치 경제 뉴스보다 연예인 누가 벗었다, 누구랑 결혼한다는 소식에 클릭 수가 급증하는 게 인터넷 세상이다.

언론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정부를 감시하고, 사회 비리를 파헤치며, 공동체의 미래를 논하는, 책임 있는 언론 없이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없다. 현재 신문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말은 그래서 울림이 있다.

온라인 뉴스는 종이 신문과 달라야 한다. 종이 신문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생생한 현장 동영상과 소셜(social) 네트워크를 활용해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오랜 기간 사회의 소금 역할을 했던 저널리즘의 본질이 빠져선 진짜 뉴스가 아니다.

언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공감한다면 독자들도 이제 진짜 뉴스에는 돈을 내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됐다. 다행히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를 돈 내고 본다는 비율이 미국은 지난해 9%에서 올해 12%, 영국은 4%에서 9%, 독일은 6%에서 10%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