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대형병원 해외법인 설립 어려워 의료법 고쳐 영리투자 허용해야 (일

대형병원 해외법인 설립 어려워 의료법 고쳐 영리투자 허용해야 (일

Posted April. 10, 2013 04:20,   

日本語

국내 최대 네트워크 병원인 예치과는 한국의 병원수출 1세대로 2005년 중국 상하이에 진출했다. 그때만 해도 우수한 의료기술과 중국 내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마케팅 및 시설투자 부족으로 환자를 모으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 개인병원들이 연대한 정도로는 자금력이 달렸던 것.

설상가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싱가포르의 최대 의료법인 파크웨이가 상하이에 진출했다. 파크웨이가 수백억 원을 들인 적극적인 마케팅, 현지 병원과의 인수합병(M&A)으로 승승장구를 한 반면 예치과는 별다른 소득 없이 2010년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최근 한국의 병원들이 우수한 의료진을 앞세워 해외진출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대형병원들은 국내법에 의해 자유로운 해외 투자가 막혀 있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제도도 부족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의료를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병원수출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 병원 42곳이 해외 16개국에 91개 의료시설을 설립해 둔 상태다. 하지만 현지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곳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게 의료계의 평가다. 연간 한두 번 한국인 보따리 의사가 방문만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해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운용하는 상담소 정도로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

가장 큰 원인은 비영리법인인 한국의 대형 의료기관들이 해외법인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의료법인은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에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울 수 없다. 의료법이 의료법인은 의료행위 외에 장례식장, 부설주차장, 병원 내 음식점 등 일부 부대사업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해외 진출은 개인병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의료계는 병원수출을 위해 의료법을 고치거나 특별법을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민철 한국의료수출협회 사무총장은 자금력이 없는 개인의원을 빼면 합법적으로 해외 병원에 투자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며 비영리 의료기관이 영리법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줘야 우수한 자원을 가진 대형병원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수출을 적극 돕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며 법 개정 여부는 앞으로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고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 병원들의 해외 진출 경쟁력에도 문제는 있다. 해외에서 다른 나라의 대형병원들과 경쟁해 수익을 내려면 뛰어난 의료기술뿐 아니라 병원 마케팅, 부동산 등 부대사업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비영리로 운영돼 온 한국의 대형병원들은 이런 일을 할 인력이나 노하우가 부족하다. 상하이 예치과 사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 진찰, 수술만 잘하면 환자가 올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자금 조달이나 현지 마케팅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수출 대상국과의 의료진 교류 확대, 한국 의료시스템 전수 등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등 의료수출 선진국들은 정부가 나서서 후진국 의료진들을 데려다 교육시킨 뒤 본국으로 돌려보내 병원 진출과 환자 유치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병원 경영컨설팅, 병원시스템 수출을 포함하는 일종의 종합 패키지를 정부가 지원해야 병원수출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