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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대강 보 철거? 아마추어 실험이 새 정치 아니다

[사설] 4대강 보 철거? 아마추어 실험이 새 정치 아니다

Posted November. 05, 20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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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4대강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하고 실태 조사를 벌여 보() 철거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문재인 후보가 내놓은 국민검증위원회를 구성해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겠다는 공약보다도 튀는 내용이다. 22조 원이 투입돼 홍수는 홍수대로 막고 수량()은 수량대로 확보하는데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4대강에 이번에는 해체의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전국적으로 저수량 6억2000t의 거대한 물그릇 기능을 할 16개의 보 설치를 핵심 내용으로 했다. 일부 환경단체는 보를 없애고 있는 독일을 따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는 79월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강수량의 계절 편차가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해마다 봄 가뭄에 시달리며 건천(물 마른 강)이 되고 말았던 4대강 줄기가 보 덕분에 풍부한 수량을 확보해 수질 개선 효과와 홍수조절 효과를 동시에 이끌어냈다. 호우가 잦았던 올 장마철 4대강 홍수 피해 규모는 과거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조금 큰비만 내렸다하면 죽음의 물난리를 보인 북한은 비교거리도 안 된다.

준설로 강바닥이 내려간 상황에서 보를 철거하면 수위()가 낮아져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끌어오기도 어렵다. 4대강엔 수위의 안정적 유지를 전제로 600개의 취수시설이 설치돼있다. 보를 없애 수위가 내려가면 취수시설을 크게 증설해야 하는데 안 후보는 이런 비용 발생에 대해 아는지 궁금하다. 보를 없애 습지를 복원하겠다는데, 습지는 강의 수위가 유지돼 물이 넉넉하게 들락거려야 제 역할을 한다.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 습지는 물론 어류 서식공간도 줄어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변 경관이 나빠져 여가 활동도 위축된다.

올 여름 한강의 녹조는 4대강 사업과 무관한 북한강 수계에서 시작됐다. 낙동강 녹조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설령 보에 강물을 가둬놓아 일시적으로 녹조가 생겼다 치더라도 환경피해로 인해 발생한 비용과 가뭄 및 홍수조절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면밀하게 비교해 보완책을 마련해야지, 보부터 철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경솔하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후보는 한강 잠실보와 신곡보 철거 의사를 밝혔다가 시장 취임 후 거둬들였다. 홍수 피해와 수질 악화를 막을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보를 유지 관리하는 데 드는 돈이 보 해체 비용보다 크면 보를 없애는 게 낫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치수 효과와 보 철거로 인한 부작용은 따져보지 않고 유지관리 비용과 철거 비용만 단순 비교하다니, 단견()이 아니고 무엇인가.

생업에 바쁜 국민에게 모든 정책 현안에 대해 복잡한 원인과 결과를 따져 좋은 정책, 나쁜 정책을 다 가려내라고 할 수는 없다. 많은 문제들에서 정치인들이 한두 측면만 강조해 그럴 듯하게 말하면 국민은 솔깃할 수도 있다. 그럴수록 국정은 책임감 있고, 판단력의 넓이와 깊이가 있는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 5000만 국민의 삶이 걸린 국정()을 아마추어들이 실험이나 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