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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력난 키우는 과소비와 대안 없는 원전거부

[사설] 전력난 키우는 과소비와 대안 없는 원전거부

Posted May. 29, 20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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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이 지난주 발표한 고리원전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지만 허무맹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관서학원대학 박승준 교수가 시행한 모의실험에 따르면 고리 원전에 거대사고가 일어나 부산으로 바람이 부는 경우 급성사망이 4만8000명, 암 사망이 85만 명이며 손해액은 최대 682조원에 이른다. 국내 원전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상황을 전제로 한 실험결과다. 마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뇌에 구멍이 뚫려 죽는다는 광우병 괴담 못지않게 황당무계하다.

고리원전1호기는 설계수명을 넘겨 연장운용 중에 안전 점검을 받고 있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과는 원자로형이 다르고 격납건물도 견고한다. 시나리오는 원자로 핵연료가 모두 녹아내린 비현실적 상황을 중첩적으로 적용했다.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인 체르노빌 사고에서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28명이다.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작업 중 사망자는 상당수에 이르지만 방사능으로 급성 사망자는 보고 되지 않고 있다.

원자력에는 어떤 경우에도 100% 안전이란 없다. 더구나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환경단체가 원전사고에 대한 피해추정을 하고 원전 리스크를 알리는 것은 긍정적 측면도 있다. 다만 과학적 사실과 합리적 추정에 의해 위험성을 알려야지 무리한 가상 시나리오로 공포를 과장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을 자극해 정확한 상황판단을 그르치게 만들 수 있다.

본격적 여름철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전력 과소비로 전력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너무 추운 지하철 전동차에서 감기에 걸렸다는 승객이 속출하니 한참 잘못됐다. 지하철은 1량 냉방에 23kWh의 전력을 소모하는 전기 먹는 하마다. 승객들이 조금의 불편과 더위를 못 참고 실내온도를 낮추라고 요구해 과냉방이 빚어지고 있다. 자기 집에서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값싸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자면 현재로선 원전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5월부터 원전제로 상태에 돌입한 일본 국민은 에어컨은커녕 전기밥솥과 세탁기 사용도 자제하며 에너지 절약에 범국민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일본은 원전 대신 화력발전에 의존하면서 발생한 연료비 증가액을 메우기 위해 올초 기업의 전기요금을 평균 17%나 인상했지만 더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를 아껴 쓰지도 않고 전기요금 인상에도 반대하면서 원전도 반대한다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