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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 유적을 파는 이탈리아

Posted October. 04, 2011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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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채무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베네치아 운하를 굽어보는 문화 유적() 팔라초 몰리나(몰리나 궁)를 매물로 내놓았다. 정부는 16세기에 지어진 4층짜리 건물의 전면과 정원을 원형대로 유지하면 이 유적을 호텔이나 아파트로 바꾸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매각 대금으로 1000만1500만 유로(160억240억 원)를 받더라도 이탈리아의 국가채무 1조9000억 유로(약 3040조 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탈리아의 기업인 금융인들이 지난주 국유재산 매각을 포함한 개혁을 정부에 촉구하자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은 국유재산 펀드를 만들어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내년 1월 300억 유로의 국유재산을 담은 펀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은 반도에 살고 있고 매운 맛을 즐기며 성격이 급한 점 등 흡사한 측면이 많다. 빚을 지고는 못 사는 점도 닮은 듯하다. 이탈리아는 남유럽 국가 가운데 자구 노력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재정 위기의 진앙인 그리스는 다르다. 독일은 그리스에 도와줄 테니 긴축하겠다는 서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가 그제 마련한 예산안의 재정적자 목표치는 주변국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그리스는 이달 8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못 받으면 디폴트(국가부도)에 빠진다. 유럽 일각에서 그리스에 파르테논 신전이나 섬이라도 팔라며 자구 노력을 재촉하지만 그리스는 주권 침해라고 반발하면서 긴축 반대 파업과 시위로 응수했다. 그 결과 파르테논 신전 주변의 상가에는 매물 안내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 299조 원에서 2012년 448조 원으로 불어나 증가율이 50%에 육박한다. 기획재정부는 적자 국채를 2013년까지 발행하고 2014년부터는 갚기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는 빚을 내 쓰고, 관리 책임은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내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재발할 경우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복지 지출을 줄이지 못하고 국채나 발행하고 있으면 큰 문제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지금이라도 내년 재정 지출을 줄이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