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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애국가-아리랑 3•1절 선물

Posted March. 02, 20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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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접안할 수 있는 날씨가 일 년에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31절에 이렇게 길이 열리다니. 계속 말하면 눈물 날 것 같아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1일 오후 3시,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 김장훈 씨(43)는 목이 메었다. 지난달 27일 서울을 출발했지만 악천후로 강원 강릉항에서 발이 묶였다가 4시간 뱃길을 멀미로 고생하면서 밟은 독도 땅이었다. 멀미를 이기려 수면제까지 먹었다는 김 씨는 독도가 눈에 들어오자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

그는 독도에 상륙하자마자 간이 무대를 뚝딱 만들고 바로 공연에 들어갔다. 대중가수로는 독도에서 처음 가지는 콘서트였다. 애국가 난 남자다 오페라 아리랑을 부르며 김 씨는 특유의 발차기와 열정적 안무를 선보였다. 사물놀이패가 흥을 돋우었다.

콘서트를 보러 온 관객도 너나없이 태극기를 흔들며 큰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홍보 전문가로 미국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냈던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민간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회원들, 한국대학생자원봉사원정대원들(V원정대), 싸이월드를 통해 추첨으로 초청된 일반인 42명 등 350여 명이 함께 했다.

독도에 관한 영상물을 보고 반크에 가입했다는 모로코인 유네스 엘가스미 씨(23)는 사진으로만 보던 독도에 직접 와 무척 설렌다며 오 필승 코리아를 개사한 오 독도 콘서트를 따라 불렀다. V원정대 일원으로 참석한 대학생 이시연 씨(24)는 쉽게 올 수 없는 곳이어서 이번 방문이 더욱 뜻깊다며 콘서트에 빠져들었다.

이날 행사는 김 씨와 서 교수가 독도에서 콘서트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린 지 2년 만에 성사됐다. 원래 지난달 28일 독도에 상륙해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지만 강릉항에 풍랑주의보가 내려 배가 뜨지 못했다. 다른 배들은 안전을 이유로 독도 운항 계획을 접고 회항했지만 김 씨는 콘서트 의지를 접지 않았다. 이번에 못 가면 다음 달 6일, 그때도 안 되면 그 다음 달 20일에 갈 겁니다. 어려움을 딛고 독도에 간다면 더 감동적이지 않겠어요?

1일 오전 5시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자 이들은 드디어 오전 9시 씨스타호에 올라 독도를 향해 출발했지만 진눈깨비가 흩날려 독도 땅을 밟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행히 가는 동안 날씨가 좋아졌고 오후 1시 15분 드디어 독도에 배를 댈 수 있었다.

독도에 처음 와본다는 김 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섬을 두고 왜 싸울까라며 섬과 바다를 번갈아 쳐다봤다. 또 배 안에서는 멀미가 심해 다신 못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오니 어린아이처럼 기쁘고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독도와의 첫 기억을 소중한 연인과의 추억처럼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공연을 무사히 마친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도 콘서트를 미국의 우드스톡 페스티벌처럼 규모를 키워 정기적으로 개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행사의 이름은 이스트 시(East Sea) 코리아 페스티벌로 정했다. 동해를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일본과 표기 문제로 논쟁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은 이름이다.

전 과학자도 정치가도 아닌 가수죠. 그래서 제가 가진 음악을 이용해 독도 문제에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싶어요. 마돈나 같은 세계적인 가수들을 초청해 페스티벌을 가지면 얼마나 멋질까요. 5년 정도 하면 행사가 자리 잡게 될 거고, 수익금으로 독도 광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김 씨와 이번 행사를 기획한 서 교수도 콘서트를 개최하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알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독도 광고를 내자 일본 정부가 뉴욕타임스에 항의했다고 한다며 앞으로 독도 문제를 문화나 관광 차원에서 접근해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