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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Posted June. 16, 2008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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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962년 제 1차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지난 46년간 단 두 번의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2차 오일쇼크로 경제성장률은 1980년 -1.5%로 떨어졌고 외환위기로 1998년 -6.9%로 수직으로 떨어졌다. 남 전 총리는 지금 다가오는 태풍은 3차 오일쇼크와 성장률은 저조한 가운데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겹쳤다며 이번 위기는 과거 오일쇼크에 비해 깊고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번 위기는 중국과 인도 등 거대한 인구의 국가들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성장하면서 원자재 값이 치솟고, 세계의 중심축인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모기지으로 흔들리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져 자원가격이 더욱 상승하면서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 등의 싱크 탱크들은 인구 대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의 부()가 재편되고 글로벌 경제가 작동하는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와중에 있다고 진단하고 이런 변화 속에서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지켜낼 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런 심도 있는 고민과 무관한 듯 하다. 사회의 각 주체가 다가오는 위기를 정면으로 맞설 의지를 보이지 않고 보호무역주의나 희생양 만들기 등의 퇴행()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개혁을 공언한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노조, 교육, 보건 분야의 각 세력들은 이번 국면을 개혁 프로그램을 좌초시킬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여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이같은 움직임에 굴복해 공기업 개혁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만제 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의 지적대로 고통분담과 경제체질의 효율화 외에는 답이 없는데 모두가 문제로부터 도피만 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대의 민주주의 실종으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 차원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각종 정치운동이나 정치 파업과 연결돼 거리 정치 정국을 불러왔다. 법치가 무너지고 있으며 합리와 이성, 과학적 판단은 실종되고 선동과 불안감, 대중심리와 정파적 이해()가 상황을 지배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건설노조 파업과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연결되면서 파업 정국으로 급속히 이행하고 있다.

대선과 총선이라는 대의적, 합법적 절차를 통해 형성된 민의()가 직접민주주의의 명분을 내건 거리 정치 앞에 무장해제 당한 것이다.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되 비이성적인 주장을 걸러내야 할 국회는 그 역할을 포기한 상태다. 위기극복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는 위기대책보다는 쇠고기 대책과 인사개편에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8대 의원들이 국민 세금으로부터 월급을 받기 시작한지 보름이 넘었지만 국회가 문조차 열지 않고 있는 상황은 정치의 실종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내부의 위기를 수습하고 외부의 도전에 대응책을 찾아나갈 것인지는 이번 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쇄신책 및 청와대인사, 개각조치가 금주 중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며 17일 경 김종훈 통삽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도 곧 18대 국회개원을 위한 2차 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김용호 교수는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한 거리의 정치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며 내부의 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때까지 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