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정치식객

Posted April. 28, 2008 09:16,   

日本語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 장관급 대우에 온갖 특전을 누리는 현역 의원의 호사()와 끈 떨어진 전직 의원의 신세를 비교해서 정치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의원 현직과 전직을 다 경험했다. 그가 한나라당 소속 현역(17대) 의원 가운데 18대 총선 낙천낙선자들을 지난 금요일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베푼 것도 역지사지()를 느끼게 한다. 전화를 하려 했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미루게 됐다는 말에 상정()이 묻어 있다.

그날 만찬에서 한 원로급 의원은 21세기는 환경의 시대이고 주제어 중 하나가 리사이클링(재활용)이다는 말로 낙천낙선자들에 대한 인사 배려를 주문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혀진다)라며 자주 불러 달라고 했다. 농담조였다지만 대통령에게 인사 부담을 안겨주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역대 정권의 실패는 인사()가 만사임을 체득()하지 못해 정치식객()들에게 중요한 자리를 전리품처럼 나눠준 것과 무관치 않다. 사실상 청와대가 공기업 요직에 식객들을 줄줄이 내려 보내곤 했다. 군부정권에선 군화 출신, 김영삼 정권에선 민주산악회 등산화 출신, 김대중 정권에선 운동화(친DJ 운동권) 출신이 낙하산을 탔다. 어느 공기업 감사 자리를 조폭류() 정치식객에게 주자 사무실에 깍두기 머리를 한 청년들이 드나들더라는 말도 들렸다.

노무현 정권에선 386과 좌파 출신이 그 자리를 채웠다. 정권이 바뀐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임기제를 방패 삼아 버티는 관변단체와 기관의 핵심은 대부분 노무현의 정치식객들이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 사장 임원 인선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25일 민간 최고경영자 중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을 뽑아서라도 (전문가 위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 캠프 참여자 중에도 전문성이 인정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정치식객일 뿐인 사람들을 걸러내지 않으면 공기업 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한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