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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맛과 풍부한 온천수 두 가지 매력에 몸이 녹다

신선한 맛과 풍부한 온천수 두 가지 매력에 몸이 녹다

Posted November. 23, 2007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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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전(1933년) 일본에서 비행사의 꿈을 키우다가 추락사고로 끝내 숨진 한국인 여류 비행사 박경원. 영화 청연의 실제 주인공인 그는 이즈 반도(시즈오카 현)의 산등성이에 추락해 숨졌다. 그녀의 시신은 인근 아타미() 시에 묻혔다. 이 도시는 한때 벳푸(오이타 현),

이토(시즈오카 현 이즈반도)와 더불어 일본 3대 온천마을로 이름을 날렸던 사가미 만의 해안마을이다. 아타미의 명성은 옛날 같지 않다. 지금은 도쿄를 오가는 도카이도 신칸센으로 갈아타는 중간역으로 더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토 시는 아직도 휴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온천여행지다.

주 고객은 신칸센으로 55분(아타미까지) 거리에 있는 도쿄 사람들이다. 이곳은 이즈 반도를 찾는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게 되는 반도의 현관격이다. 그들이 이곳부터 거쳐 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즈 반도의 최대 어항인 이즈 항에서 공급되는 신선한 해물, 무려 753개나 되는 원천이 말해 주듯 수량이 풍부한 온천이라는 점이다. 이토 시의 두 가지 매력을 두루 접할 수 있는 전통 료칸 이즈미소로 여행을 떠나자.

이름에 맛을 담고 있는 이즈미소

일본에는 이즈미소라는 이름의 전통 료칸이 다섯 개나 된다. 그러나 이즈 반도의 맛을 간직한 별장()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곳은 하나뿐이다. 이즈 반도의 맛이란 뭘까. 바로 신선한 해물로 차려 내는 맛깔스러운 음식과 약간의 소금 성분이 내포된 약식염성(온천수 1L에 5g 미만)의 온천수다. 이토 시는 온천 수량이 풍부하기로 일본에서 벳푸 다음 간다. 이즈미소에도 원천이 4개나 있다. 료칸 정원에는 온천수를 담아 둔 제법 큰 야외풀이 있다.

아타미역에서 JR이토센으로 갈아탄 지 22분. 도쿄역을 출발해 꼭 1시간 30분 만에 종착역인 이토역에 도착했다. 역에는 총지배인 하야시다 겐지 씨가 료칸 깃발을 들고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료칸은 자동차로 5분 거리. 이토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인 마쓰카와 근방이었다. 한적한 주택가에 커다란 정원이 자로 감싸듯 배치된 7층 빌딩과 주택의 료칸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현관을 장식한 거대한 꽃꽂이가 눈을 압도했다.

여성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료칸이지만 이즈미소에는 오카미(여성총지배인)가 없다. 남성 지배인인 하야시다 씨가 모든 걸 관장한다. 물론 여종업원(나카이상)은 있다. 서비스의 수준이 전통 료칸보다는 드라이하다. 이런 스타일을 요즘 일본에선 드라이서비스라고 부른다. 오카미(여성총지배인)와 나카이상의 살가운 서비스가 오히려 부담스럽거나 손님이 투숙한 빈 객실을 드나들며 침구 등을 정리하는 전통의 료칸 서비스가 프라이버시를 방해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이런 서비스가 생겼다고 한다.

료칸 투숙에서 백미라고 한다면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는 저녁식사일 터. 최고 음식이란 그 지방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에 정성을 담아 만든 요리다. 료칸은 미식의 진수를 일찌감치 그 문화로 키워 낸 곳인지라 료칸의 식도락은 최고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이즈미소는 그 이름에 맛을 담고 있으니 더더욱 기대가 컸다. 일본에서도 이름난 어항 주변이니 펄펄 산 싱싱한 해산물이 상차림에 올라올 것을 생각하면 식전부터 군침이 돌 정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우리말을 료칸에서만큼은 접자.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온천욕을 마친 뒤에 하라는 말이다.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온천욕이 식욕을 돋우기 때문이다.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몸속 곳곳으로 보내진 산소가 신체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쾌적한 온열자극은 피부를 통해 뇌로 전해지고 신경네트워크를 통해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가득 차올라 흐뭇한 기분이 된다(다자와 도시아카 교수의 수영과 온천은 왜 뇌에 좋은가에서). 핀란드의 사우나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즈미소에는 대욕장이 두 개다. 모두 바위를 쌓아 조경한 정원에 로텐부로를 갖춘 탕인데 그 분위기가 무척 고급스럽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장자리와 바닥 등 욕조 전체를 히노키(편백나무)로 짠 히노키부로인데 매일 물을 뺀 뒤 탕을 건조시켜 청결을 유지한다고 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시간. 정원이 내다보이는 식당 즈윤에 정좌했다. 열 가지 코스의 가이세키 요리가 크랜베리로 만든 달콤한 식전주부터 차례로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나무상자에 소나무 분재장식까지 얹은 모듬 생선회가 등장했다. 전갱이와 방어 뱃살, 광어 지느러미 등 다양한 생선회가 담겨 있었는데 모두가 산 것처럼 보일 만큼 싱싱했다. 전갱이는 이곳 바다의 특산물이다.

회를 물리자 이번에는 교쿠로모시라는 특별요리가 이어졌다. 이즈 반도 바다의 최고의 맛이라는 긴메다이(황금눈을 가진 도미) 한 마리를 즉석에서 찌는 요리인데 뜨겁게 달군 도자기에 녹차를 부어 발생시킨 녹차증기를 이용한 찜이었다.

이런 특별한 이즈미(이즈의 맛)가 이즈미소의 전통이라고 설명하는 하야시다 총지배인. 그는 요리사 중 한 사람이 노부 도쿄에 초빙되어 갈 정도로 이즈미소의 요리는 정평이 났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노부는 마쓰히사 노부라는 걸출한 일본인 요리사가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합작해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낸 고급 식당. 이즈미소는 고급 월간지 가데가호()가 올 2, 3월호에 기획한 일본의 유명 료칸 및 호텔 특집에 고라카단(하코네의 료칸), 파크하얏트 도쿄(호텔) 등과 함께 소개된 일본의 명소다.

8월 하나비(불꽃놀이)를 로텐부로에서 감상

이즈미소의 객실 수는 34개. 모두 다르다. 본관(7층 규모)이 모던하다면 별관(2층)은 좀 더 전통적이다. 별관인 다케이즈미()에는 연못과 정원이 조망되고 로텐부로까지 부속된 고급 객실이 대부분이다. 본관 꼭대기층(7층)의 귀빈실(4개)은 누구나 한 번쯤 투숙해 보고 싶어하는 인기 만점의 객실이다. 사가미 만의 섬 하쓰시마가 조망되고 8월에 펼쳐지는 하나비(불꽃놀이)를 발코니의 로텐부로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다.

이즈미소에 들러 골프를 즐기고 싶다면 가와나호텔을 권한다. 2년 전부터 후지산케이 레이디스클래식이 열리고 있는 후지코스(투숙객전용 18홀 파72)와 오시마코스(18홀 파70)가 있는데 모두 해안절벽에 자리 잡고 있다. 이즈 반도에서도 이름난 경승지인 조가자키는 산책을 겸해 구경할 수 있는 멋진 해안절벽이다. 오무로 산의 화산분화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 형성된 바위해안이다. 이토시내에는 공동온천탕도 10개나 된다. 또 전 세계 오르골(자동연주기구영어로는 뮤직박스)을 수집해 둔 이즈오르골관과 이케다 20세기미술관도 일본인이 즐겨 찾는 곳이다.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