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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국 무비자

Posted July. 28, 2007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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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경영학이라는 이색 전공으로 인기 강사로 떠오른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13년간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그는 2년에 한 번씩 체류비자를 갱신할 때마다 새벽부터 독일 외국인청 앞에 몇 시간이고 줄을 서야 했다. 면담이 시작되면 독일 관리들은 그를 불법 체류자로 전제하고 질문을 던졌다. 서류 처리에 몇 시간을 더 기다린 그가 비자를 손에 쥐는 시각은 늘 해질 무렵이었다. 그는 설움에 매번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인 유학생들은 줄도 서지 않고 곧바로 들어가 몇 분 만에 여권에 도장을 받아 나왔다. 그의 저서 일본 열광에 나와 있는 체험담이다.

외국을 여행하거나 체류했던 사람 가운데 이런 언짢은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 김 교수뿐일까. 우리의 경제적 위상이 나아지면서 세계 어디를 가도 출입국 심사 때 푸대접을 받지는 않지만 미국 비자를 받을 때는 짜증 나는 예외다. 번거로운 절차에다 시간이 만만치 않게 소요돼 미국 비자가 반미()감정을 부추긴다는 말까지 나온다.

해결책은 미국이 시행 중인 비자면제프로그램에 한국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미국에 90일 이내로 체류할 경우 비자가 없어도 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아시아에서 일본 싱가포르 등 5개국이, 세계에서 모두 27개국이 가입돼 있다. 한국은 충분한 자격이 있다.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해마다 20억 달러 이상을 미국에서 쓴다. 비자가 면제되면 한 해 90만 명에 이르는 한국인 방문객이 두 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 대한 비자면제는 미국에 더 이익이 되는 셈이다.

내년 7, 8월이 되면 한국도 이 프로그램에 포함돼 비자면제 국가가 된다는 소식이다. 한미관계를 불편하게 했던 걸림돌 하나가 치워지는 느낌이다. 그동안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대사관 옆에 늘어선 긴 행렬은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미국행을 주저하게 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한국이 조속히 비자면제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고 한다. 빈번한 왕래와 교류는 서로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