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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빅 브러더 힐러리 UCC

Posted March. 24, 20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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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출간된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 살아 있는 역사는 제목이 잘못 번역됐다는 의견이 있다. 원제가 Living History(리빙 히스토리)인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은 문법적으로나 내용상으로 역사를 살아가며가 돼야한다는 것이다. 클린턴 부부를 도왔던 정치컨설턴트 딕 모리스가 가까이서 본 힐러리를 비판하기 위해 쓴 책이 역사를 다시 쓰며(Rewriting History)인 것을 보면 이런 주장이 아주 근거 없는 것은 아닐 터이다.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민주당 후보로 뜨고 있는 힐러리는 열렬한 지지자만큼이나 모리스 같은 안티 팬도 많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1만7000개나 되지만 미국인의 47%는 대선에서 힐러리를 찍지 않겠다고 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안보를 모르는 기회주의자 여자가 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정치적 야심 때문에 남편의 부정()에 눈감은 독한 여성이라는 등이 반감()의 이유다.

수많은 반대파의 공격에도 의연했던 힐러리가 자신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독재자 빅 브러더로 묘사한 한 편의 손수제작물(UCC) 동영상 앞에서는 크게 당황해한다는 소식이다. 당내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의원의 지지자가 제작했다는 74초짜리 이 동영상은 유투브(YouTube)에서 조회 건수가 200만 건을 넘어섰고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는 유투브의 정치캠페인 사상 가장 많은 조회 건수라고 한다.

UCC의 네거티브 효과가 무서운 것은 1인 미디어에다 주된 이용자가 젊은층이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편의 CF같은 이런 동영상물들이 영상과 감각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현실과 이미지의 경계를 무너뜨려 판단력을 마비시킨다는 데 있다. 컴퓨터게임 같은 이미지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던 4년 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지금의 참담한 이라크 현실이 좋은 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어쩌면 2007년 대선의 진짜 빅 브러더는 UCC일지도 모른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