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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이렇게 새더라

Posted November. 25, 20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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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지출 기준 238조 원(일반회계 158조 원) 규모로 편성된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놓고 여야의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

열린우리당은 24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 활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제출한 재정 규모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나라당은 내년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이라며 12조 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새해 예산안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신해룡 수석전문위원이 만든 내년도 예산안 검토보고서(1195쪽)에 따르면 정부 부처가 예산을 확보한 뒤 쓰지 않거나 다른 곳에 전용하는 등 낭비성 불합리한 예산 신청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낭비신고센터가 예산 낭비?=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예산 낭비 사례에 대한 현장 점검을 위해 민간인 전문위원 11명이 필요하다며 자문료 명목으로 7200만 원을 편성했다.

올해 18월 예산낭비신고센터에 접수된 예산 낭비 사례는 모두 388건. 보고서는 월평균 48.4건의 신고를 처리하기 위해 신고센터 직원 2명 외에 민간위원 11명을 위촉하는 것은 낭비라는 의견을 냈다. 예산낭비신고센터가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대 실험실습기자재 확충 명목으로 539억29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각 대학이 신청한 기자재에는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개인용 컴퓨터 등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는 이 예산으로 냉장고, 정수기, MP3플레이어 등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예산 항목 중 일부가 부적절하게 집행된 전력이 있어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홍보, 혁신사업 예산낭비 주범=보고서가 지적한 예산 낭비 사례 중에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홍보 또는 혁신 사업이 많았다.

통일부는 자체 행사에 참가한 국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고객 마일리지제도 항목의 내년 예산으로 9200만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배정된 예산 1억5700만 원 중 이 사업에 쓰인 것은 600만 원에 불과하다. 대북지원 분배현장 확인, 금강산 체험연수 명목으로 14명을 북한에 보낸 것이 사업의 전부였다. 1억 원은 관서 운영비로 전용했다.

감사원은 감사운영혁신사업 명목으로 15억500만 원을 신청했다. 보고서는 올해 이 사업 집행률이 50%를 밑돌고 그나마 간부 특별연찬, 혁신선도자 과정 등 유사한 교육만 하고 있다며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남북교류사업, 예산 따고 보자?=과학기술부는 남북과학기술교류협력사업 예산으로 올해보다 1억3500만 원 많은 7억8500만 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1999년 이후 사업을 위한 협의회조차 꾸리지 못해 실적은 거의 없다.

방송위원회가 추진하는 남북방송교류사업 예산으로 올해 35억 원이 배정됐다. 남북방송인토론회, 남북공동프로그램 제작 등의 명목을 내세웠지만 올해 6월까지 집행된 예산은 7.4%인 2억600만 원에 그쳤다. 방송위원회는 같은 명목으로 내년에도 26억5600만 원을 신청했다.

부적절한 민간단체 지원=국가인권위원회는 내년 인권시민단체와의 공동협력사업 예산으로 3억7500만 원을 편성했다.

보고서는 대학 부설기관 등 사실상 시민단체로 보기 어려운 곳에도 지원하고 특정 분야에 치우쳐 객관성이 결여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원회는 보고서 의견을 수용해 예산 심의에서 이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필요하면 더 늘려라=국회 예결위가 예산을 줄이라고만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는 장비 유지비로 1조3594억 원을 편성했지만 보고서는 현재 전술항공기 예비엔진의 97%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전차 등 궤도장비도 정비 적체가 24%에 이르는 등 군의 장비 노후와 정비 적체 현상이 심각하다며 증액 검토의견을 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