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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폐기 초기조치 눈높이 달라 진통

Posted November. 20, 200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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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를 핵심 의제로 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9일 폐막함에 따라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APEC 정상회의에서 잇따라 이뤄진 6자회담 참가국 간의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6자회담 대책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핵 폐기를 위해 북한에 요구할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협의함에 따라 6자회담에서 북한에 제공할 당근과 채찍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윤곽 드러낸 당근과 채찍=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국이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경우 상응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결국 919공동성명을 사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919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핵확산방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영변 5MW 원자로 등 핵관련 시설 중 일부의 동결 또는 폐기 등을 이행하면 중유 제공, 전기 200만 kW 대북 직접 송전 등 에너지 지원과 북-미 관계 정상화 등 상응하는 조치를 시행한다는 것.

그러나 이번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핵 폐기의 조속한 진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즉각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초기 조치가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강행한 만큼 핵 폐기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조치를 먼저 시행해야 단계별로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6자회담 순항할까=문제는 북한에 요구할 초기 조치로 동결-신고-검증-폐기 등으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핵 폐기 절차 가운데 어떤 수준이 될 것이냐는 데 있다.

미국은 중유 공급을 재개하기까지 북한이 핵동결을 넘어서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측이 지난해 11월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핵 폐기 단계에 대해 신고-검증-폐기를 주장했던 전례로 볼 때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안전한 제3국으로 옮기거나 폐기하는 수준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한 마당에 이 같은 초기 조치에 쉽게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초기 조치 이행에 앞서 에너지 지원과 체제 안전보장 등 919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보상을 최대한 받아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북한이 초기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내세우며 핵군축 협상을 주장하거나 북한과 미국이 별도의 실무그룹에서 해결하기로 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자금 동결 문제의 조기 해결을 강하게 제기할 경우 6자회담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한미일 3자회담에서도 초기 조치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요구하려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은 현실적으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강조하면서 한미일 간에 시각차를 노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한중, 한-러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의 신축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등 한국 중국 러시아와 미국 일본 사이에 대북 온도차가 드러난 점도 북한에 제시할 초기 조치 수준을 둘러싸고 5개국 협의 과정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