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엔화 환율과 경기함수 분석

Posted October. 04, 2006 07:08,   

日本語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마케팅 담당 이지원 전무는 요즘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 동향만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지난해 말부터 원-엔 환율이 급격히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면서 현대차그룹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일본차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미국시장에서 벌써부터 소형차인 야리스를 현대 베르나나 기아 프라이드보다 더 싼값에 팔고 있습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700원대까지 떨어지면 한국차와 일본차의 가격이 역전될 가능성도 있어요. 더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100엔=800원 시대 경기침체 우려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급락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경기 순환 과정을 돌이켜보면 엔화에 대해 원화가 약세일 때 우리 경제가 호황을 누린 반면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일 때는 불황을 겪은 적이 많았다.

특히 현재 경제 상황이 경상수지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등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 불이 켜졌던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자칫하면 경제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1970년대부터 외환위기 때까지 한국경제의 경기 순환 흐름을 보면 환율 변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제품이 경쟁하는 구조 때문에 원화와 엔화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 기간 경기확장기는 6차례. 이 가운데 1980년 9월1984년 2월의 확장기를 제외한 5차례는 모두 엔화가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강세였다. 한국은 엔고()의 혜택을 톡톡히 본 셈이다.

같은 기간 6차례의 경기수축기 중 1992년 1월1993년 1월을 빼고는 모두 엔화가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약세였다.

실제로 이른바 3저() 호황을 누렸던 1985년 9월1988년 1월 중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85.7%나 올랐다. 반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13.2% 오르는 데 그쳐 엔화가 원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였다. 이 기간 한국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증시 활황을 누렸다.

반면 3저() 호황이 끝나고 경기가 하락세였던 1988년 1월1989년 7월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9.3% 떨어진 반면 원화 가치는 18.0% 상승했다. 이때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1993년 1월1996년 3월의 경기 상승기 때도 원화가 엔화보다 약세였던 반면 원화가 강세로 돌아선 1996년 3월 이후에는 급격하게 경상수지가 악화돼 다음해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연세대 김정식(경제학) 교수는 현재 상황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엔 환율 하락으로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등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하다며 환율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환율 영향 과거보다는 감소했지만

원-엔 환율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어든 만큼 엔화 약세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의 무역상대국이 중국 등으로 다양해진 데다 수출품의 품질경쟁력도 높아졌기 때문.

실제로 2004년부터 원-엔 환율이 급락하는 와중에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2004년 31.0%, 지난해 12.2% 등 두 자릿수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요즘 원-엔 환율의 하락 속도가 한국경제가 버티기 힘들 만큼 과도하다는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처럼 원화가 고평가된 상황에서 원-엔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 대외무역에 심각한 영향이 올 것이라며 특히 일본과 경쟁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