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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 웃으며 이별연습 했나

Posted September. 16, 200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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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수사()로 봉합한 회담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 핵과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각자의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우리에게 낭보는 없었다. 국민의 안보 불안과 남남() 갈등 해소에 전기()가 되기를 바랐던 회담이기에 실망이 크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기류가 더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빠져들 것 같아 걱정이다.

당장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파란이 예상된다. 미국은 회담 전부터 한국이 동의하건 않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1695호)에 따라 추가 제재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해 왔다. 북의 모든 무역과 거래를 사실상 틀어막기 위해 190여 유엔 회원국들에 동참을 촉구하는 공문까지 보냈다. 한미관계가 정상()이라면 이번 회담에서 어떻게든 의견 접근을 봤어야 할 문제였으나 이견()이 뚜렷해 의제로 다루지도 못했다.

노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와 미 국내법에 의해 제재가 진행되는 만큼 다른 제재는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한국이 북에 쌀과 비료를 주지 않는 것 자체가 제재라고도 했다. 무책임하다. 김정일 위원장을 따르는 친북 좌파는 박수라도 칠지 모르지만, 실제로 미국이 본격적으로 제재에 들어갈 경우 뾰족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도 19일부터 북한 관련 계좌의 예금 인출과 해외 송금을 사실상 동결할 것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의 북핵 논의 6자회담 강조도 공허하다. 두 정상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지만 누구도 방안의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도 복잡한 문제라고만 했다. 작년 919 베이징선언을 근거로 북핵 동결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안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동시이행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겠지만 바로 그게 안 돼서 회담이 못 열리고 있는 것 아닌가. 모호한 조어()로 현실을 덮고 가려 해 봐야 소용없다.

전시작전권 문제도 달라진 게 없다. 다수 국민은 이번 회담에서 환수(단독행사) 유예나 연기에 관해 큰 틀의 합의가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두 정상은 환수 시기는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다는 방침만 재확인했다. 이는 2009년이든 2012년이든 전시작전권 환수는 예정대로 간다는 뜻이다. 환수 반대를 외친 국민의 목만 쉰 꼴이 됐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전시작전권 환수가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한반도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환수를 반긴다. 일본도 미일동맹을 강화하면서 군사외교적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시작전권 환수인가.

어쩌면 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일지도 모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이런 식으로 끝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견()은 감췄으나 합의도 대안도 나오지 않은 회담이라고 논평했다. 부시 대통령은 주한미군 계속 주둔과 안보 공약의 유지를 강조했지만 외교적 수사 이상의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 의문이다.

노 정권이 정말로 미국과 갈라설 작정이 아니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한미동맹은 최빈국의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임기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5년 단임 정권이 함부로 흔들어도 좋을 그런 동맹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는 급속히 떠오르는 중국과 군사대국으로 변신하는 일본 사이에 끼어 과거 냉전시대보다 더 혹독한 시험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우리 고대사를 자기네 역사에 편입시키는 것도 부족해 이어도 해역까지 넘보는 패권주의() 행태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핵무장까지 공론화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허울뿐인 자주와 감정적 반미()로 대처할 수 있는 일인가. 한미동맹과 한미공조의 회복이 절실하다.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라도 늦춰야 한다. 한미관계의 파국이 노 정권의 유산이 돼선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