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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무너지면 중이 궁극적 승자

Posted September. 07, 200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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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면 궁극적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다. 중국의 대북 인프라 투자는 벌써 티베트와 같은 완충국가(buffer state)의 기초를 만들고 있다. 미국이 바라는 민주국가가 되진 않을 것이다. 과도체제로 자비로운 독재 같은 체제가 등장할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이념적 나침반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제문제 전문가 로버트 캐플런 씨가 전망하는, 북한 붕괴 이후의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다. 월간 애틀랜틱 10월호는 캐플런 씨가 올해 7월 일본과 한국을 방문한 뒤 쓴 북한이 무너지면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기고문은 한국을 방문한 동안 만난 수많은 전문가와 탈북자, 미군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붕괴는 현 체제 유지보다 위험

캐플런 씨는 최근 김정일 정권의 무력증세가 엄청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빈틈없는 관리자인 김정일이 요즘 날카로움을 잃고 있다.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려는 충동도 정권의 허약함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경고는 이어진다. 북한이 무력해질수록 위험은 더 높아진다. 사망을 앞둔 전체주의 정권은 공황상태에서 어떤 일을 할지 모른다. 베트남 독일 예멘처럼 통일은 일대 격변에 의해 이뤄진다. 120만 북한군은 미국엔 군사적 악몽이다. 북한 붕괴 7단계

그는 북한의 내부 붕괴가 7단계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단계 자원의 고갈 2단계 인프라 유지 불가 3단계 지방 당 관료나 군벌이 통제하는 독립적 봉건 영지의 등장 4단계 김정일 정권의 진압 시도 5단계 중앙정부에 대한 저항 6단계 정권의 파열 7단계 새로운 지도부 구성.

그는 북한은 1990년대 중반 4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나 이후 미국의 식량원조와 중국, 남한의 지원금 덕분에 지금은 3단계로 되돌아갔다고 진단했다.

김정일 정권 붕괴 이후엔?

북한의 붕괴는 곧 미군에게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의 안정화(stabilization) 작전을 의미한다고 캐플런 씨는 지적했다. 그의 붕괴 이후 대응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군대를 투입할 수는 없다. 유엔의 승인 아래 미국, 중국, 남한, 러시아 4국 연합군이 투입될 것이다. 북한은 주로 남한의 통제 아래 놓이겠지만 중국의 영향력은 막강할 것이다. 중국은 두만강 일대를 사실상 통제하며 점진적인 경제적 흡수를 시도할 것이다. 러시아도 군대를 투입하면 쉽게 나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최선책은 국제적 신탁통치 아래 북한을 남한의 보호령으로 삼는 것이다. 남북한은 기능적으로 일정 기간 분리돼 있다가 통일을 준비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 군부는 즉시 점령군의 작전통제 구조에 편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군으로 돌변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캐플런 씨가 방한했던 시기는 마침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7월 5일)가 있던 때였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미사일 시험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것이야말로 김정일이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했다면 북한은 서울을 공격해 일부 사상자를 내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한 내 좌파와 세계 언론은 미국을 비난할 것이고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생명줄을 좀 더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안정화 이후의 적, 일본

캐플런 씨는 통일된 한국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적, 즉 일본을 두게 될 것이라며 향후 한일관계는 미국이 과거 일본의 전쟁 범죄를 인정하게 만드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과 군사동맹을 계속 유지할 경우 한국은 더욱 중국 쪽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향후 군사대국 일본을 견제하는 수단으로서 장기적으로 미군 1만 명을 계속 주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한국의 정치상황 때문에 미군의 장기주둔이 어렵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가 내린 결론도 미국엔 경보음이다. 이라크에서는 누가 궁극적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이르지만, 한국의 경우에 있어서 승자는 중국이 될 것 같다.



이철희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