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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or 조재진 토고전 선발 4시간 설전

Posted June. 30, 2006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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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7사진).

선수로서 네 차례나 월드컵에 참가한 홍명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코치로서 감독을 보좌하고 후배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에게 월드컵 얘기를 듣고 싶었다.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홍 코치의 첫 말은 허탈합니다였다.

홍 코치는 목표했던 16강에 들지 못해 새벽잠 설치며 응원해 준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지도자로서 처음 월드컵에 출전하며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했는데 많이 아쉽고 마치 머릿속이 텅 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9개월 동안 자신의 코치 생활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가장 힘든 것은 선발 선수를 정하는 작업이었다고.

경기 전날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회의를 합니다. 선수의 장단점을 놓고 선발로 넣어야 한다, 말아야 한다 토론을 벌이죠. 상대 수비수의 특징, 키, 체격, 기술 등 모든 것을 꼼꼼히 체크하고 토론하죠. 처음에는 그런 문화가 이상했지만 곧 익숙해졌고 저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았죠. 토고전 전날에는 아침 먹고 회의를 시작해 점심 때까지 34시간 토론했어요.

그날 토론의 하이라이트는 안정환과 조재진 중 누구를 선발로 내느냐였다.

감독은 안정환을 선발로 내려 했어요.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모두 조재진을 고집했어요. 정환이를 선발로 냈다가 수비수들한테 막히면 대안이 없었거든요. 정환이는 후반 수비진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투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했고 결국 감독이 받아들였지요.

가장 기뻤을 때도 토고전 첫 승을 거뒀을 때라고.

전반에는 선수들이 긴장을 너무 많이 했어요. 큰일 앞두고 다리가 안 떨어질 때가 있잖아요. 우리 선수들이 그랬어요. 감독이 하프타임 때 아직 45분 남았다. 기회는 많다며 선수들을 독려하더라고요. 다행히 후반들어 선수들이 제 감각을 찾아갔습니다.

어렵게 토고에 역전승을 거두고 프랑스전에도 비긴 것은 무슨 힘일까.

홍 코치는 역시 경험이라고 했다.

(이)천수, (안)정환처럼 2002 한일 월드컵 경험이 중요했어요. (박)지성이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고 경험이 많으니까 잘 뛰어 줬죠.

그는 프랑스전 경기 초반 실점을 하자 정말 불안했다고 털어놓았다.

0-5로 졌을 때가 자꾸 떠올랐어요. 그런데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해서 동점을 만들어 내더라고요. 그만큼 한국축구가 발전한거죠.

홍 코치는 프랑스와 한국의 차이가 뭐겠느냐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했다.

결국 개인 실력 차이죠. 그렇다면 체력 차이냐? 그건 아니죠. 오히려 체력은 한국이 뛰어나요. 축구를 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이 뛰어나니까 한국이 힘든 거예요. 스페인-프랑스전을 보세요. 프랑스는 기술이 뛰어나다 보니 결국 골 넣을 기회가 많이 생긴 겁니다.

그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원한 선수도 결국 체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축구를 제대로 할 줄 아는 풋볼 플레이어였다고 했다.

그는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국내 리그 관중을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차분하던 그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경기장에 나가 텅 빈 관중석을 보면 정말 뛸 맛이 안 나요. 경기 내용도 좋을 수가 없죠. 관중은 구단이 모아야 합니다. 마케팅을 하던 직접 시민들을 만나 세일즈를 하건 어떻게든 끌어 모아야죠. 감독이 팀의 성적을 책임진다면 관중 동원은 구단과 구단주가 책임을 져야 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자신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요. 어떤 위치가 맞느냐 안 맞느냐는 결국 능력이 있느냐 인데 지도자 경험은 그래서 중요하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던데라고 얘기를 꺼내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에이, 그건 아니에요. 월드컵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누가 한다고 미리 정해 놓을 수도 없지요. 그에 걸맞은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홍 코치는 다음 달 3일부터 4주 동안 1급 지도자 과정 교육을 받으러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들어간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