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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처럼 신비한 사랑의 주술

Posted April. 12, 20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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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러브홀릭표 캡슐이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캡슐을 하나씩 만드는 밴드. 무색 무취의 저 캡슐 안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내용물은 변함이 없어요. 사랑에 대한 러브홀릭만의 주술, 그리고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음악 에너지가 전부죠.(지선)

리더 겸 기타리스트 강현민(37), 베이시스트 이재학(34), 여성보컬 지선(27)이 만든 밴드 러브홀릭. 2003년 발표해 각종 차트 1위를 휩쓴 데뷔곡 러브홀릭부터 놀러와, 매직 등 이들이 발표한 모던 록 사운드는 비타민C처럼 상큼했다.

갈수록 음악만 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방법은 없어요. 저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음악만 더 꾹꾹 눌러 담은 캡슐 제조니까요.(이재학)

그러나 2004년 발표된 2집은 데뷔 앨범의 달콤한 성공과는 달리 러브홀릭에 쓴 맛을 안겼다. 팬들은 무겁다, 발랄했던 러브홀릭이 변했다고 외면했다. 가수에겐 가장 무서운 병, 소포모어(2학년) 징크스에 걸린 것이다.

그 땐 저희도 지쳤어요. 1집 때는 전국을 돌아다녀도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 2집 때는 졸다가 무대에 올라가고 .(강현민)

부담감은 자연스레 멤버들을 변화시켰다. 경기 일산신도시에 살던 강현민은 명예회복을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녹음실 앞으로 이사했다. 이재학과 지선 역시 주변에서 팀 이름을 워커홀릭으로 바꾸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4개월 간 녹음실에 틀어박혔다. 멤버 모두 가장 솔직한 것이 해법이라며 현재의 감정에 충실했다.

오래 전부터 꿈을 꾸면 아름다운 북유럽 호수와 침엽수림이 있는 풍경을 자주 봤어요. 힘들고 지칠 때 그 꿈을 꾸고 싶다는 의미로 앨범 제목도 나이스 드림이라고 지었죠. (지선)

앨범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일요일 맑음이나 이재학이 부른 녹색소파는 1집을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러브홀릭표 자양강장제다. 여기에 우울함과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신기루, 강현민이 일기예보에 몸담았던 때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그대만 있다면, 관조적인 모던 록 나의 태양은 지고 등 세 번째 캡슐에는 1집의 발랄함과 2집의 무게감을 넘는 다채로움이 담겼다.

저희 여전히 촌스러워요. 방송국 가면 너 이효리 봤어?라고 신기해하고 음악 프로그램 나가도 1분짜리 인터뷰가 무서워 벌벌 떨어요.(강현민)

친한 밴드는 유리상자뿐이라며 여전히 스스로를 사회성 없다고 규정하는 러브홀릭. 그러나 5월엔 일본에서 데뷔 싱글 러브홀릭을 발표하고 멤버 각자 프로젝트 음반도 준비 중이다. 외롭다는 건 말뿐이다. 음악만 하겠다는 그 배짱, 데뷔곡 러브홀릭 가사처럼 참 몹쓸병이다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