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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고함 벗고 시대변화 귀 열까

Posted April. 20, 200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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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선출된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강한 보수적인 성향으로 가톨릭 교계를 양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온 인물이다. 그러나 이제 베네딕토 16세는 새 교황으로서 가톨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자신을 통합의 사제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제2기()=추기경단이 베네딕토 16세를 선출한 것은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의 업적을 마무리하라는 뜻이라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단의 절대 다수가 요한 바오로 2세에게서 서임받은 점도 관련이 있다.

78세의 베네딕토 16세는 다음번 교황으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교황이 가톨릭의 여러 문제에 본격적으로 맞서기에 앞서 그가 과도기 교황의 직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호오() 뚜렷=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인 1985년 브라질의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두 보프 신부에게 묵언() 징계를 내렸다. 며칠 뒤 브라질의 한 주교는 보프 신부에게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저작에서 이단적 요소를 찾아내 맞불을 지르라고 제안했다.

미국의 주간지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이 같은 보프 신부의 사례야말로 베네딕토 16세가 가톨릭 내부를 극단적으로 대립되게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라고 지적했다.

슈피겔이 4월 초 독일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그의 교황 피선에 반대하는 응답 비율이 36%에 이르렀다. 그의 분명한 보수적 성향이 부른 반향이었다. 그의 교황 피선을 찬성하는 비율은 29%였다.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과거 20년간 가톨릭 관련 논쟁에서 베네딕토 16세가 관련되지 않았던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은 그가 교황청 신앙교리성성() 수장으로 있던 때와 일치한다.

낙태와 피임, 콘돔 사용, 인공수정, 동성애를 비롯한 성윤리와 여성의 사제 서품, 종교적 다원주의에 대한 그의 반대 입장이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유연성 발휘할까=베네딕토 16세는 35세 때 참여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진보적 입장을 지녔다. 당시 그는 신앙교리성성의 전신인 교리성성(Holy Office)에 대해 치욕스럽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던 그가 1968년 전 세계를 휩쓴 학생운동을 목격하면서 점차 보수화된다.

슈피겔은 베네딕토 16세가 추기경 시절 개혁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전했다. 다만 문제는 그가 추진할 변화의 범위라는 것이다.

또 베네딕토 16세는 엄격한 보수주의자라는 공식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부드럽고 관대한 면모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일하는 데에 관심이 크다는 인물평도 있다.

교리의 엄격한 수호자에서 통합을 주도하는 가톨릭의 수장으로 변신할 것인가. 베네딕토 16세에 쏠리는 세계의 이목이다.



이 진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