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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문 고이즈미

Posted March. 24, 2005 22:28,   

日本語

노무현() 대통령의 강경한 일본 비판 서신에 대해 24일 일본 정부는 공식 논평을 회피한 채 사태를 관망했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통령까지 나서며 한국이 대일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반발하는 기운도 감지된다.

외무성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일본 비판 연설에 대해 일본 정계가 국내 정치용이라고 폄훼했던 일이 사태를 한층 악화시킨 게 아니냐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반면 다른 정부 관계자는 감정적인 표현이 많은 게 북한과 똑같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으며 외무성의 한 간부는 말문이 막힌다며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집권 자민당의 나카타니 겐(전 방위청 장관) 의원은 자위대는 해외에서 무력행사를 하지 않겠다는데도 재군비 운운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비판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니시무라 신고() 중의원 의원도 지금까지 쌓아 온 한일관계를 시궁창에 버리는 것 같은 담화라며 이대로 가면 북한만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3일 오후 2005년도 예산안(4월부터 시작) 통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칠 무렵 한 일본 기자가 총리, 총리, 총리라고 세 번이나 부르며 한일관계에 대해 논평을 요구했으나 굳은 표정으로 총총히 회견장을 떴다. 그는 회견에서 전반적인 외교 상황에 관해 언급하며 냉정한 대처란 원론적인 말만 했다.

일본 정부는 노 대통령 메시지가 대국민 서신이란 점을 들며 논평을 아끼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급속히 악화된 한일 관계 변화에 당황하며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의 주일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23일 밤늦게까지 일본 언론 매체들의 보도 내용과 반응을 알아보며 분주한 시간을 보낸 데 이어 24일에도 향후 여파 등을 가늠하며 긴장된 모습이었다.

한일 우정의 해 2005를 맞아 각종 행사를 준비하며 일본 관계자들을 접촉해 온 이들은 스포츠와 문화 교류 행사마저 속속 중단된 상황을 우려했다. 연내 타결을 목표로 벌여 온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일본 내 한류 붐이 급속히 시들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24일 조간신문은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이 1면과 종합면에 해설기사를 곁들여 비중 있게 보도했으며 다른 매체들은 짤막한 사실 보도에 그쳤다.

아사히신문은 조용한 대일 외교와 결별이란 제목으로 독도 문제뿐 아니라 역사왜곡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3개 이유가 결합돼 폭발한 한국 내 반일 감정을 종합적으로 전달했다. 이와 함께 내달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의식한 여권의 정치적 계산 가능성도 언급했다.

요미우리는 국민 분노 배경이란 제목 아래 경제적 타격에 대한 우려 소리도 한국에 있다고 보도했다.

공영방송 NHK는 노 대통령의 일본 비판이 인터넷을 통한 대국민 메시지란 점에서 일본 정부가 즉각 반응하지 말고 진의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일본 정부 내에 있다고 보도했다.



조헌주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