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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해롭기만 한 음식인가

Posted November. 14, 200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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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는 정말 건강에 해로울까.

국내 상영 중인 미국영화 슈퍼사이즈 미는 30일 동안 맥도날드 메뉴만 먹은 감독의 얘기다. 모건 스펄록 감독(34)은 몸무게가 11kg 늘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랐다. 환경운동가 윤광용씨(31)는 최근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 간 기능이 나빠져 24일 만에 중단했다.

이들은 패스트푸드의 해로움을 제대로 증명한 것일까.

실험처럼 보이는 주장일 뿐=스펄록 감독은 3명의 의사와 건강검진센터에 의뢰해 신체변화를 기록했다. 윤씨도 매주 혈액검사와 체성분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패스트푸드의 해로움을 판정할 수 있는 과학적 실험이 아니다. 모든 조건이 똑같이 통제된 상태에서 음식 종류만 바꾼 대조군이 없기 때문.

패스트푸드의 해로움을 증명하려면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진 다수의 참여자가 필요하다. 이들을 똑같은 생활환경에서 똑같이 활동하게 하고 일부는 적정 열량만큼의 패스트푸드를, 다른 쪽은 같은 열량의 다른 음식을 먹게 한다. 100명 정도의 통계가 있어야 결론을 낼 수 있다.

문제는 열량과 지방=한국맥도날드가 밝힌 빅맥 세트의 총열량은 1075Cal. 한국영양학회가 권장하는 성인 하루 섭취열량 2500Cal의 43%에 이른다.

지방은 50g이 된다. 이는 영양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하루 지방섭취 총량과 비슷하다. 지방 1g의 열량이 9.45Cal이므로 470Cal, 빅맥 세트 총열량의 43%가 지방에서 나오는 셈이다.

KFC코리아가 밝힌 핫크리스피치킨 세트(닭 2조각, 샐러드, 비스킷, 콜라)의 총열량은 985Cal, 지방 함량은 49g이다. 역시 지방이 총열량의 47%를 차지하는 고지방 식품이다. 롯데리아의 불고기버거세트도 지방 함량이 총열량 738Cal의 40%에 해당한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포만감이 덜 느껴져 많이 먹기 쉽다. 섭취한 지방은 바로 에너지로 쓰이지 않고 간, 피하조직, 창자와 근육 사이에 저장된다. 패스트푸드를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되기 쉬운 것은 이 때문이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패스트푸드에 들어 있는 트랜스 지방산이다. 트랜스 지방산은 식물성기름의 보존을 위해 수소를 첨가하면서 생긴다. 튀김에 쓰이는 쇼트닝에 많다.

트랜스 지방산은 혈관 세포막을 단단하게 만들어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인다. 많이 섭취할 경우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06년부터 모든 식품에 트랜스 지방산 함량을 표시하도록 했다. 현재 국내 패스트푸드 업체에는 트랜스 지방산 함량 분석 자료가 없다.

종류보다 양이 중요=그러나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의 구별은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영양결핍 상태인 사람에게는 햄버거도 영양식이 될 수 있다. 좋은 음식을 골라 먹기보다는 전체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의 한식은 한 끼 열량이 700Cal 미만이다. 햄버거를 매일 먹는 것은 열량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감자튀김을 빼고 작은 크기의 햄버거를 탄산음료 대신 우유나 물과 함께 먹는다면 큰 문제가 없다.

단,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는 입맛에 길들여지면 나중에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어린이들이 패스트푸드를 습관적으로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도움말=서울대 가정의학과 유태우조비룡 교수, 세브란스병원 내과 김똘미 교수,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영양상담실 이선희 과장)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