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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도 한복도 모두가 좋아요

Posted September. 23, 2004 22:14,   

日本語

추석이면 어린 아이부터 나이 많은 사람까지 예쁘게 옷을 입고 다들 모이잖아요. 정말 보기 좋아요.

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크로아티아 출신 싸빅(31). 그는 6월 법무부 귀화시험에 합격해 신의손(FC서울) 이성남(성남)에 이어 국내 프로축구 선수 중 세 번째로 한국인이 됐다. 한국 이름은 이사빅. 에이전트(이반스포츠 이영중 대표)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그의 성을 그대로 따랐다.

이번 추석은 그가 한국인이 된 이후 처음 맞는 명절. 23일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만난 그는 한복을 차려입고 한껏 추석 기분을 냈다.

크로아티아에도 추석 같은 명절이 있어요. 스비 스베티(svi sveti11월 1일)라고 하는데 한국처럼 온 가족이 모여 음식도 함께 만들고, 성묘도 합니다. 그런데 난 한국의 추석이 더 좋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싸빅은 올해 1월 구단측이 마련해준 새 집에서 부인 사냐(27)와 함께 살고 있다. 한국 생활이 올해로 7년째인 싸빅은 유창한 한국말로 아내를 소개했다.

크로아티아에서부터 사귀었고 5년 전 한국에 와서 같이 살다가 올해 1월 크로아티아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결혼이 왜 늦었느냐고요? 내가 너무 바빴어요. 난 프로축구 선수잖아요. 축구가 우선이니까요.

사냐는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를 가진 미인. 크로아티아에서는 톱 헤어스타일리스트였다고. 지금 남편의 번개 맞은 듯한 헤어스타일도 그의 솜씨. 한국에서 전업주부가 된 그는 한국 요리도 배워 종종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도 끓인다.

싸빅의 아버지 사미드(60)와 어머니 두브라브카(53)는 아들 부부와 석달간 함께 지내다 지난주 크로아티아로 돌아갔다. 이들은 아들이 한국인이 되는 것에 적극 찬성했다. 아버지 역시 한국을 무척 좋아해 이번 방문이 벌써 10번째.

추석 연휴에 맞춰 이번에는 사냐의 부모가 처음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냐가 고궁, 남산타워, 코엑스, 올림픽공원, 남대문, 민속촌.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고 하자 싸빅은 특히 갈비는 꼭 먹어야 돼요라며 갈비 예찬론을 폈다.

7년 동안 나도 열심히 축구를 했지만 한국에서 받은 게 너무 많아요. 내가 번 돈으로 부모도, 형도 새로 집을 샀어요.

싸빅은 앞으로 45년 더 선수 생활을 한 뒤 스포츠에이전트나 지도자로 나설 계획. 1년간 독일 프로리그에서 뛰어 영어와 독일어가 유창한 데 일본어도 배우고 싶단다. 한국대표팀에서도 뛰고 싶었지만 크로아티아에서 대표선수를 했기 때문에 안 된다.

한국이 너무 좋아요. 한국 사람들도 좋고요. 다음에 꼭 다시 오세요. 내 아내가 맛있는 걸 만들어 줄 거예요.

인터뷰가 끝난 뒤 집을 나서는 기자에게 그는 성남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있는 축구공과 구단 유니폼 모양이 달려있는 휴대전화 줄을 선물로 내밀었다. 그의 등 뒤로 거실 벽에 걸려있는 한국 풍경사진이 보였다. 그만큼 싸빅, 아니 이사빅의 새 조국 사랑은 유별나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