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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숨바꼭질

Posted September. 22, 200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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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업소는 아직 괜찮다. 룸살롱보다 저렴한 13만원이면 2차를 갈 수도 있다.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과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등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을 이틀 앞둔 21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흥가 일대.

노래방 직원이 노골적으로 호객행위를 했다. 그러나 노래방과는 달리 경찰이 법 시행에 때맞춰 23일 0시부터 한 달간 대대적으로 특별단속을 벌일 인근 유흥주점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10층 빌딩 전체가 유흥주점인 한 업소는 단골손님들로 보이는 30대 초중반 직장인들만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이 업체 직원은 손님이 평소의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업체는 벌써부터 유흥업소들을 매물로 내놓거나 업종 전환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단속피하기 백태=그러나 대부분의 업소는 경찰의 법망을 피하기 위한 묘안 짜기로 분주했다.

강남의 한 안마시술소 직원들은 단골손님을 온라인 카페를 통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단골손님들은 경찰에 신고할 확률이 낮기 때문.

강남의 또 다른 업소는 아가씨들에게 2차를 나갔을 때 법망을 피하는 방법을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있다. 이 업소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연인 사이라고 우기라 가방에 콘돔을 여러 개 넣고 다니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B씨(40)는 룸에 간이침대를 갖다 놓거나 방을 따로 만들어 북창동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곳의 또 다른 업체 직원은 손님을 아예 인근 안마시술소로 모시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단속기간만 지나면 예전처럼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은 환영, 업주는 울상=성매매 특별법이 신설된 이유는 무엇보다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

이 때문에 성매매 종사자들이 강요에 의해 성관계를 맺었을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업주에게 빌린 선불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반면 성 구매자는 훈방 후 벌금형을 받았던 기존과는 달리 앞으로는 징역형까지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종사자가 적발될 경우 통화내역 등을 추적해 이들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을 적극적으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새 법에 따르면 성매매 종사자가 수천만원의 선불금을 받은 직후 도망가더라도 돈도 못 받고 처벌도 못하게 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반응=시민과 전문가들은 접대문화 등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정책국장은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들도 접대문화, 회식문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늘푸름여성지원센터 관계자는 경찰이 전체 성매매 업소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집창촌 등 쉬운 곳만 단속한다면 성매매 근절 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식이 될 것이라며 철저한 단속을 당부했다.

반면 동덕여대 김경애(여성학과) 교수는 오히려 성매매가 음성화되고 인터넷 등과 같이 점조직 형태로 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회 전반에 대한 성교육이나 문화 자체를 바꾸어 나가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나친 성매매 단속은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 범죄를 양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법무부는 특별법 시행에 맞춰 성매매 사범 재범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행위 등으로 처벌 받은 사람의 경우 같은 직업에 다시 종사하지 못하도록 보호관찰관이 1 대 1로 밀착지도를 하게 된다. 또 성매매 사범이 관련 교육을 받지 않거나 보호관찰관의 지도에 따르지 않으면 보호처분이나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등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