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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감싸기? 핵위협 불감증 우려

Posted June. 03, 20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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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북관계를 중시하고 북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배려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안보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이 북한 핵과 주한미군 감축 등 주요 안보현안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음에도 사회 일각에선 안보불감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정부가 안보위협을 공식적으로 언급할 경우 필요 이상의 위기감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10월 2차 북한 핵 위기 이후 정부가 내놓은 전망과 진단 중 일부가 지나치게 장밋빛이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없다=정부 차원의 낙관론은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2002년 북한의 생화학무기는 남한 공격용이 아니다. 북한에 유입된 달러화가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는 정 장관은 남북관계를 너무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

정 장관이 지난해 말 정례브리핑에서 황장엽() 북한 노동당 전 비서의 북한체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을 때 당시 통일부 주변에선 정 장관이 총대를 멘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외교통상부는 미국 뉴욕 타임스가 지난달 22일자 기사에서 북한이 이라크에 우라늄을 팔았다고 보도한 데 대해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확인 결과 리비아의 (우라늄) 구입처는 국제 암시장이라는 해명자료를 돌렸다. 외교부는 이 때문에 마치 북한의 입장을 대신 해명한 것 같다는 정부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다.

한미간 인식차=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4일 청주대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 핵은 한국에 위협이 안 된다는 당국자의 생각 때문에 한미간의 공동대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북핵 문제를 놓고 한미간 이견이 빚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부 한국 관리들이 북핵 위협을 애써 축소하려 한다며 (그러나) 북핵 문제는 한국, 동북아, 전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외교부의 한 고위관리는 미국을 방문해 71 경제개선조치 등 개혁개방을 위한 북한의 최근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인사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북한은 핵개발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의 처신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싸늘한 반응에 부닥쳤다는 후문이다.

정부 해명=통일부는 정 장관의 남북관계 낙관론이 업무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관계자는 외교부와 통일부는 역할이 다를 수 있다며 외교부가 한미공조에 무게를 둔다면, 통일부는 북한을 다독이며 이끌어내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청와대의 한 고위당국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가 실제로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만, 안보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참여정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외교부 통일부가 청와대에 설명 방향을 정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청와대가 실무자의 견해와 달리 발언수위를 낮추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부가 최근 안보 현실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