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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꺼낸 '3.1절 경고' ... 한일파장

Posted March. 01, 2004 23:11,   

日本語

노무현() 대통령의 1일 31절 기념사 발언은 작심하고 한 경고성 발언으로 보인다.

우선 발언 수위 자체가 199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 버르장머리 발언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것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6월 일본 방문 때 중의원 연설과 비교할 때도 노 대통령은 유사법제 통과 문제에 대해 여러분과 각계 지도자들께 용기 있는 지도력을 정중히 호소한다는 완곡한 표현을 썼다. 지난해 31절과 815광복절 기념사에서는 일본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또 과거사 및 독도 문제와 관련한 최근 일본 정계지도자들의 잇따른 망언()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대응을 피해 왔다.

그런 노 대통령이 이날 참모진이 준비한 원고를 직접 고쳐가며 발언의 수위를 한껏 높인 것은 나름대로 정치 외교적 득실을 미리 계산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외교적으로 보면 최근 독도우표 발행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진 데 이어 지난달 2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매년 참배할 뜻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일본의 우익보수화 움직임을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일본 문화를 개방하는 등 성의를 보여 온 데 반해 일본 쪽에서는 도리어 우경화() 흐름이 강화되면서 상응한 조치가 없었다는 게 우리 정부의 불만이었다.

이와 함께 선거를 앞두고 있는 양국 내에서 작용과 반작용이 반복되는 상승 작용이 빚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나온다.

한 일본 전문가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 번은 지적할 것을 짚은 것이라면서도 일본 정계 지도자들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망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는 시점에 우리 역시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내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 잇따를 경우 양국관계에 큰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 직후 외교통상부가 처음 고이즈미 총리를 겨냥한 발언은 아니라는 게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던 것도 이런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물론 외교부측은 나중에 이를 취소했지만 실제 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와 관련해 외교부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공식적인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그런 탓에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일본에 충고한다는 식의 비()외교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김정훈 김승련 jnghn@donga.com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