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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역사 왜곡

Posted January. 11, 200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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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지역을 통치하던 고구려 역사를 가지고 중국 학계가 자기네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한국민 감정의 갈기가 세워졌다. 따지고 보면 만주는 물론 북중국마저도 외부의 침공이 없던 한()민족의 금성탕지가 아니었으며, 북위() 요() 금() 원() 청() 등 이민족이 장기간 중국을 지배했다. 원나라를 제외한 네 나라는 만주족이 세운 나라였다. 중국 국토가 저리 넓어진 것은 청조 초기 강희()황제 덕분이니까 한족은 만주족의 신세를 크게 지고 있다. 한편 한족이 만주를 지배한 것은 800년이 안 된다.

한족의 인구가 많다보니, 바다가 들어오는 냇물 강물을 모두 삼키듯이 오늘날 55개 소수민족을 포함하는 거대한 중국이 되었다. 그렇다고 여러 갈래의 만주족 역사가 모두 한족의 중국 역사인 것은 아니다. 고구려 역사도 그렇다. 중국측 주장은 한반도 민족에 사뭇 교육적이다. 이제까지 역사왜곡은 한반도를 상대로 일본만이 자행하는 일로 생각했는데 역사는 강자의 논리라는 깨우침을 준다.

중국이 지난 한 세기 반 동안 외세 침략에 시달려 전통적 패권주의를 잠시 잃었을 뿐 군사적 경제적으로 강대해지는 국력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조짐이 바로 이번 사태의 발단이다. 나라가 안으로 부강하면 밖으로 뻗어나는 힘이 생기는 법이다. 이래서 국지적 국경분쟁, 확대적 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역사교훈이다.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나라가 불행 끝, 행복 시작 종속 끝, 독립 시작으로 아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과 국경을 맞대고 사는 우리로서는 미국을 한반도로 끌어들여 이이제이(), 원교근공()의 슬기를 발휘해야 생존 번영을 보장받는다.

한민족끼리도 역사왜곡을 저지르고 있다. 북한정권의 김가네 용비어천가, 625전쟁 북침 주장, 광복 후 이러저러한 사건들의 수정주의적 해석, 데모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열사() 추앙도 과거 군사정부 시대의 주장이 그러했듯이 다른 방향의 역사왜곡이다. 역사왜곡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나라가 부강해야 한다. 바른 정신을 길러야 한다.

김 병 주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교수pjkim@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