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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그가 해냈다

Posted November. 23, 200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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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최경주(33슈페리어, 테일러메이드)에게 행운의 숫자는 4다. 남들은 불길한 의미 때문에 피한다지만 오히려 그는 4만 보면 마음이 편해져 평소 공도 4번을 자주 쓸 정도.

최경주가 3전4기로 한국 골프의 자존심을 지켰다.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팬코트리조트 더 링크스코스(파73)에서 열린 미국과 국제연합팀의 남자골프대항전인 2003프레지던츠컵 4라운드. 최경주는 포볼 방식의 경기에서 애덤 스콧(호주)과 짝을 이뤄 케니 페리-제리 켈리를 4홀 남기고 5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출전한 이 대회 1, 2, 3라운드에서 모두 패했던 최경주는 이로써 첫 승을 신고하며 국제연합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스콧의 1번홀(파4) 버디로 한 홀을 앞서나간 최경주는 경기 초반 강풍 속에서 주춤거렸으나 4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2홀 차로 달아났다. 스콧이 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뒤 최경주가 8번홀(파3)에서 다시 3.5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4홀차 리드. 승기를 잡은 최경주-스콧은 14번홀(파4)에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티샷을 왼쪽 벙커와 오른쪽 러프에 각각 보낸 페리와 켈리가 스콧이 벙커 샷을 핀 50cm에 붙여 파 세이브 기회를 잡자 백기를 든 것.

83세의 은사 필 리츤 코치가 응원을 온 최경주는 한번은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부터 이기면 재미없지 않으냐. 스콧과 호흡을 잘 맞춰 승리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경주-스콧이 가장 먼저 이기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국제연합팀은 단체 회식까지 하며 팀워크를 다진 덕분인지 나머지 5경기도 모두 잡았다. 한 팀이 하루에 치러진 6경기를 모두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동료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스테이크와 와인 대접을 한 엘스는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1패도 없이 4승을 챙기는 활약을 펼쳤다.

6승을 더해 12승1무9패로 승점 12.5가 된 국제연합팀은 전날 3점차로 앞섰던 미국(승점 9.5점)을 3점 차로 따돌렸다.

국제연합팀은 마지막 날 싱글 매치플레이 12경기에서 승점 5점만 추가하면 5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는다. 94년 대회 마지막 날 12경기 중 8승을 거두며 역전 우승했던 미국은 뒤집기 재연을 다짐하고 있다.

최경주는 23일 오후 7시반 티오프된 싱글 매치에서 국제연합팀의 네 번째 주자로 나서 97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저스틴 레너드와 마지막 승부에 들어갔다. 주장인 개리 플레이어에게 꼭 네 번째로 치고 싶다고 요구한 것. 이번 대회에서 2승2패로 평범한 성적을 낸 황제 타이거 우즈는 황태자 엘스와 숙명의 한판 대결에 들어갔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