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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국형 구축함

Posted November. 13, 200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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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해군이 보유한 최초의 전투함은 1949년 10월 미국에서 구입한 600t급 백두산함(PC-701)이다. 당시 갓 독립한 가난한 나라가 전투함을 갖게 된 데에는 애틋한 사연이 있었다. 해군 장병들의 박봉에서 기금을 떼어내고, 해군부인회도 발 벗고 나서 봉사활동으로 성금을 마련하는 등 어렵게 모은 돈 6만달러가 배를 사오는 데 종자돈이 됐던 것이다. 이런 눈물겨운 염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백두산함은 625전쟁 때 해군 주력함으로 맹활약을 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만 한 해양국가도 흔치 않다. 신라 말기에 동북아 바닷길을 지배했던 해상왕 장보고()의 시대를 봐도 그렇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무공은 세계 해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빛나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엊그제 창군 58돌을 맞은 우리 해군이 4500t급 대조영함의 진수식을 가졌다. 대조영함은 충무공 이순신함, 문무대왕함에 이어 2단계 한국형 구축함사업(KDX-II)의 세 번째 작품이다. 선조들이 품었던 해양 강국의 꿈을 뒤늦게나마 잇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

구축함(destroyer)은 원래 1890년대에 탄생한 어뢰정 구축함(torpedo-boat destroyer)에서 유래됐다. 19세기 후반 어뢰로 적함을 공격하는 어뢰정이 해상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자 이것을 잡기 위해 등장한 것이 구축함이다. 영어로는 파괴자라는 뜻이 일본 해군에 의해 쫓는 배()로 번역된 것이 흥미롭다. 구축함은 그 후 대함() 대공() 대잠() 작전 등 입체적인 현대전 수행에 걸맞게 발전해 왔다. 대조영함의 경우 이 밖에 적 레이더에 노출되지 않는 스텔스(stealth) 기법을 선체에 도입했고, 생화학 공격에 대처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니 더욱 마음 든든하다.

우리 해군은 2008년에는 차세대 꿈의 전투함으로 불리는 이지스(aegis)급 구축함을 확보할 계획이다(KDX-III사업). 이번 대조영함은 7000t급 이지스함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해군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연안() 해군에서 대양() 해군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946년 10월 미군에서 상륙정(LCI) 2척을 인수해 힘겹게 출범했던 해군이 이만큼 컸다. 대조영()은 당()나라 군대를 대파하고 699년 발해를 건국한 고구려 유민 출신 장군이다. 그의 진취적인 기상을 이어받은 대조영함이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의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길 바란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