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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 권씨 '종착역' 밝힐까

Posted August. 12, 200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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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붙들려간 권노갑(사진) 전 민주당 고문의 입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권 전 고문이 2000년 총선 당시 공천 탈락 사실을 전해주는 저승사자로 불렸지만 이번엔 총선자금 내용을 밝히는 제2의 저승사자가 될 것이라는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권 전 고문의 한 측근은 12일 권 전 고문의 폭탄선언 가능성에 대해 그런 것 없다. 현대로부터 1000원 한 장 받은 게 없는데, 폭탄발언을 하고 말고 할 게 없다며 권노갑 리스트 같은 것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럼에도 권 전 고문이 돈의 사용처를 공개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계속 나돌고 있는 이유는 세 번째 구속 위기에 처한 권 전 고문의 심경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전언 때문이다. 권 전 고문은 11일 저녁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수면제를 먹고 조사실에서 잠이 들었다는 후문이다.

동교동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권 전 고문이 현대 비자금을 받았다고 시인하는 순간, 평소 그가 주장해온 (정치자금) 정거장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돈이 흘러들어간 기착지를 동시에 밝힐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동교동계 의원들이 이날 의원총회장에서 권 전 고문은 당과 후배를 위해 헌신적으로 정치를 해왔다(김옥두 의원) 할 말은 많지만 나중에 하겠다(최재승 의원)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권 전 고문이 사실상 선거를 지휘했다. 특히 당시 젊은 피를 수혈한다고 해서 386 정치신인을 대거 영입했는데 권 전 고문은 이들을 지원한 사실을 사석에서 특별히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당내에서는 권 전 고문이 총선지원뿐만 아니라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점을 들어 현 정권의 핵심부를 겨냥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권 전 고문의 지원을 받았다고 소문난 의원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특히 2000년 총선 당시 격전지로 분류된 지역구의 초재선 의원들과 당 이미지 쇄신을 위해 영입했던 386 의원들 주변의 기류는 더욱 무겁다.

당시 실탄 지원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 초선 의원의 측근은 당 차원에서 적극 후원했던 일부 후보는 많게는 15억원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386 의원들은 당 차원의 적법한 돈만 받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왜 나만 갖고 그래,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용관 이승헌 yongari@donga.com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