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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 새 특검거부 명분 없다

Posted July. 08, 200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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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법사위에서 한나라당이 주도해 새 특검법안을 사실상 현대그룹 비자금 150억원+ 의혹 부분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수정, 통과시킨 것은 최병렬 대표체제가 정국파행을 막기 위해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나 새 특검법안이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대출금 4900억원 중 외환은행을 통해 북에 송금된 2235억원과 나머지 돈의 사용관련 비리의혹 및 2000년 5월부터 10월까지 현대건설, 현대전자 등이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에 송금한 의혹부분을 수사대상에서 삭제한 것은 아쉬움을 남게 한다. 홍사덕 원내총무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나 처벌은 제외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도 역시 진실규명이라는 국민적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어쨌든 이제 수사대상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에게서 받았다는 150억원 의혹 사건과 대북 송금 관련 청와대,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의 비리 의혹 사건으로 축소됐다.

야당이 이처럼 스스로 많은 양보를 한 이상 여권은 새 특검법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 청와대측은 이미 비자금 150억원에 한정된 특검의 수용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한나라당 새 지휘부가 당내 대북 송금 특위위원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청와대의 입장을 상당부분 수용했다면 여권은 이를 받아들이는 성의를 보여야 할 차례다. 그렇지 않고 여당이 특정지역의 민심을 내세우거나 내년 총선에 끼칠 영향 등을 고려해 정략적 거부를 고집한다면 어렵게 마련된 여야 상생정치의 기회는 무산되고 정국은 다시 극한적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다. 거기서 파생되는 민생불안의 큰 책임은 결국 여권에 돌아갈 것이다.

새 정부가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도 새 특검법안을 받아들여 대북 송금 관련 의혹 사건을 털어버려야 한다. 공은 이제 노 대통령과 여권에 넘어갔다. 국민 욕구를 최소한으로라도 충족시켜 줄 합리적 대응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