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정보의 바다 휩쓰는 마이크로사이트

Posted June. 16, 2003 21:45,   

日本語

마이크로사이트가 뜬다.

마이크로사이트란 커다란 웹 사이트의 한 페이지, 또는 코너로 존재해 온 콘텐츠가 하나의 독립된 홈페이지로 모습을 바꾼 것. ID를 대신하거나, 1인 미디어 형태를 띠기도 하고, 온라인 카탈로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니 홈페이지라고도 한다. 자신을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네티즌, 회사가 아닌 제품을 내세우는 업계에서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회사원 최용석씨(27)는 인터넷 커뮤니티 세이클럽(www.sayclub.comID palalala)에서 자신이 합성한 사진과 시 가요 등을 패러디해 쓴 자작시를 선보이고 있다.

거울을 보며 말했네/거울아 거울아/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엄마가 말하네/니 미친나.

엽기 허무를 합쳐 놓은 최씨의 작품은 그의 명의로 돼 있는 미니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게시판과 사진첩(앨범) 방명록 등이 단출하게 마련돼 있으며, 최씨는 합성한 사진은 앨범에, 자작시는 게시판에 소개하고 있다.

세이클럽에서는 최근 마치 ID를 부여하듯 회원 개개인에게 홈페이지를 나눠주고 있으며, 최씨 역시 기성품 홈페이지의 메뉴에 콘텐츠만 올려 놓았다.

그동안 홈페이지를 만드는 작업은 복잡했다. 웹에디터나 포털사이트의 쉽게 만들기 기능을 이용해 제작한 뒤, 편지쓰기 방명록 등 필요한 기능은 태그를 가져다 붙여야 했다. 남들에게 내 홈페이지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는 검색엔진에 등록을 하거나 일일이 홍보를 해야 했다.

세이클럽에서는 게시판이나 방명록 채팅창 등에서 ID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그 사람의 개인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이제는 아바타뿐만 아니라, 간단한 소개와 함께 자신이 만든 이미지 동영상 글 등 멀티미디어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

웹(Web)과 로그(log)의 합성어인 블로그는 말 그대로 인터넷에 남겨진 기록. 그림과 글, 동영상 등 형식을 가리지 않고 뭐든지 기록할 수 있는 다기능 게시판에 블로거(블로그를 쓰는 사람)가 기록을 남기면, 다른 블로거가 이 내용을 보거나, 해당 블로그를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네티즌들에게 내용이 알려진다.

KT의 한미르(blog.hanmir.com), NHN의 페이퍼(paper.naver.com) 등 블로그 기능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블로그의 내용 중 우수한 것을 골라 인터넷신문 형태로도 서비스 한다.

과거 특정 게시판이나 포털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의견을 남기던 네티즌들은 이제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마음껏 블로깅(인터넷에 기록하기)만 하면 나머지 과정은 인터넷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홈페이지(www.kia.co.kr)에서 옵티마를 클릭하면 외관 내장 편의사양 등 자체 메뉴로 구성된 소규모 홈페이지가 화면에 새로 생긴다. LG생활건강(www.lgcare.com)도 오휘 라끄베르 이자녹스 등 홈페이지에 소개된 30여 개 제품을 클릭하면 해당 제품만의 독립된 마이크로사이트가 나타난다.

최근 기업들이 앞 다투어 마이크로사이트를 만드는 이유는 개별 제품의 독립 브랜드가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제품에 관해 전달할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회사 이미지와 제품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웹사이트 제작업체 FID의 김지훈 사장은 제품과 개인은 모두 집단보다는 개체로서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사이트가 아니고서는 제대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며 앞으로 상당기간 인터넷은 마이크로사이트가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