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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책을 읽지않는 사람들

Posted December. 24, 20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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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의 대통령들 중 프랭클린 루스벨트에서부터 빌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11명이 지닌 공통적인 특성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제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그 중에서도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으로 꼽힌다. 트루먼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언젠가 뉴욕의 한 호텔에 묵고 있을 때 친구가 그를 찾아 왔다. 그의 의자 옆에는 새 책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걸 본 친구는 밤에 잠을 청하느라 책을 읽는 모양이군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트루먼은 아니, 나를 깨어 있게 하느라 읽는 걸세라고 대답했다.

미국 사람들이 책과 가까이 하게 된 데는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개척기부터 마을이 생기면 가장 먼저 설립되는 공공시설이 도서관이었다. 반드시 마을의 가장 번화한 곳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은 말 그대로 독서의 요람이다. 미주리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트루먼은 13, 14세 때 마을 공공도서관에 있는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했던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도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고 할 정도다. 대통령도, 세계 제일의 부호도 공공도서관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우리나라 성인 중 28% 정도는 지난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출판문화연구소가 11월 전국의 성인 1200명과 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다. 평균 독서시간은 평일 31분, 주말 29분. 신문 잡지 만화를 포함해도 글을 읽는 시간이 67분에 그쳐 영상 매체 접촉시간(125분)의 절반 수준이다. 학생들은 그래도 성인들보다 낫다. 초등학생들이 한 학기에 평균 20.5권, 고교생은 6.6권이다. 그러나 모두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뒤진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 국민이 책을 많이 읽게 하려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립도서관이 많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공립도서관은 총 403개에 불과하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서울에 시립도서관은 16개뿐이다. 초중고교 가운데 도서관이 없는 학교가 19.6%나 된다고 한다. 국민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탓만 할 수 없는 실정이다. 2007년까지 모든 학교에 도서관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나, 책 읽는 교육사회 실천회의가 내년에 초중고교 교실을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학급문고 살리기 독후감 책잔치를 벌이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자녀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세계가 책에 의해 만들어졌고, 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진리를 알게 되기 바란다.

문명호 논설위원 munmh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