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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후보', 명확하게 얘기하라

Posted October. 01, 200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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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정몽준 대통령후보는 어제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상식적인 얘기가 통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뿐만 아니라 최근 일련의 토론에서 그가 보여준 태도는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질문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답변이나 핵심을 벗어난 설명이 많기 때문이다.

토론을 계속 지켜봐도 어떤 사안의 경우엔 대체 그의 생각이 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죽하면 시중에 정몽준 화법을 빗댄 허무개그까지 유행하겠는가. 뭘 말하는지 쉬 알 수 없는 그의 모호한 얘기를 듣다 보면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되려는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준비가 덜 됐거나 국정 전반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갖게 된다.

이번에도 그는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엉뚱하게 각료 임명제청권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92년 대선 때 현대중공업 자금 509억원이 국민당으로 흘러간 경위에 대해서도 그의 답변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맞겠다 난 300억원 정도로 기억했다는 식으로 계속 엉켰다. 정치개혁 추진 구상을 묻는 질문에 인권탄압이나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과 같이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한 것 또한 초점을 빗나간 것이었다.

만약 그가 질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동문서답을 한다면 지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이해하면서도 딴 얘기를 한다면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취약점을 추궁당할 때 답변을 얼버무리거나 비켜간 경우가 많은 점으로 볼 때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

그가 말한 대로 상식적인 얘기가 통하는 나라를 만들려면 말의 신뢰성부터 회복해야 한다. 정 후보는 먼저 자신이 진솔하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금 대선후보에게 요구되는 것은 원론이나 일반론이 아니라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식견과 구상이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정 후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