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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슈퍼파워 계속될까

Posted November. 15, 20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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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와 탄저균 공포로는 모자랐는지 미국인들은 뉴욕의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기 추락사고라는 또 다른 비극을 맛보았다. 경제 또한 한 세대 만에 최악의 침체로 빠져드는 것 같다. 1년 반 전 미국은 무적이었지만 이제 미국의 태평성대는 점차 의문시되고 있다.

변화하는 미국의 이미지는 한국인들에게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던져 준다. 한국의 많은 학생들은 미국 대신 다른 영어권 국가로 유학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개월간 벌어진 일들이 많은 미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는 최근 추가 테러의 대상으로 알려졌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브리지 아래에 있는 한 작은 섬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식장에서 만난 동창들은 부인이나 여자친구들이 결혼식 참석을 만류했다고 털어놓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몇 주 전 지하철에서 내 옆에 앉았던 승객은 옆 좌석 밑에 커다란 봉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일어나 다른 칸으로 갔다.

미국에서 1년간 비행기가 100만번이나 안전하게 이착륙하는 것은 뉴스가 안된다. 미국의 탄저병 사망자는 실제론 4명에 불과하지만 뉴스를 보노라면 4만명쯤은 죽은 것처럼 생각된다. 미국에서 독감으로 매일 숨지는 사람은 탄저병 사망자의 몇 배가 된다. 미국인들은 새로운 위협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있지만 이는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동차를 타거나 길을 건널 때 직면하는 위협보다 큰 것은 아니다. 미국은 방문하기에 안전한 곳이다.

1980년대 말 내가 처음 한국에 체류할 때 가족들은 내가 안전한지를 자주 물었다. 언론에 한국의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진압경찰과 충돌하거나 성조기를 불태우는 장면이 자주 보도됐기 때문이다. 나는 가족에게 그런 일은 제한된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임을 설명해야 했다. 1994년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을 때도 나는 한국에서 1년간 체류했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위협 아래 살고 있지만 한국인들이 과거 5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이들은 위협에 적응하는 법을 배운다.

미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바로 알아볼 변화는 공항과 공공건물에 대한 경비 강화다. 공항에서 검색을 위한 줄은 매우 길고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도 짐가방과 몸을 검색받는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내가 다섯 차례 공항을 이용해 보니 미국 공항의 줄은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 비해 길지는 않았다.

미국에선 변하지 않은 것도 많다. 새롭고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당파주의는 여전하다. 일시적인 초당적 협력 기간이 지난 뒤 공화당과 민주당은 미국이 당면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관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최선의 경기부양책은 실업자와 가난한 근로자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당면한 위협은 테러에 맞선 광범위한 연대를 위해 국제 시스템을 재편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돌연 미국의 잠재적 동맹국이 됐고, 독일과 일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최초의 파병준비를 하면서 정상적인 국가처럼 행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많은 돈이 들지만 실제론 소득이 없을 미사일방어체제에는 집착하면서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서도 탈퇴하려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교토 의정서는 미국의 무관심 속에 진척되고 있다. 이제 태동기에 있는 다원주의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경향을 대체할 것인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한다.

미국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유일한 슈퍼 파워로, 공격에는 강력히 대응하는 온건한 패권국가로 남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어떻게 쓰고, 국제체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이다.

피터 벡(미국 워싱턴 한국경제연구소 국장)



beckdong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