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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론조사 단일화 제비뽑기보다 나을 게 없다

[사설] 여론조사 단일화 제비뽑기보다 나을 게 없다

Posted November. 23, 20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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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간의 단일화 진행이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의 판박이처럼 흘러가고 있다. 한 차례 TV 토론을 벌인 것도 같다. 그러나 10년 전보다 수준 낮은 판박이다. TV토론은 국정 철학과 정책, 자질의 비교 검증과 무관한 단일화 방식 신경전의 연장전 양상을 띠었다. 감동 있는 아름다운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등의 단일화 미화는 공허해졌다.

무엇보다도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는 어떤 방식을 취하건 정통성이 없다.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의 한 책임자는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는 것은 뺑뺑이 돌리기와 비슷하다. 로또 같은 거다. 통계학의 원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장난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이 대통령을 창출하는 국가 대사인 대선 과정에서 이처럼 얼토당토않은 단일화 여론조사를 해주는 여론조사기관들 또한 직업윤리를 팽개친 무책임한 행위를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가령 오차범위가 2.5%라면 상하 합쳐 5%포인트 차이까지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이 여론조사에 대한 통계학적 해석이다. 52.5%를 얻은 쪽이 47.5%를 얻은 쪽보다 우위라고 결론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하물며 두 후보 가운데 0.1%라도 앞선 사람을 승자로 한다는 것은 가위바위보나 동전 던지기로 승패를 가리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선택이다.

2002년 노-정 단일화 때 그런 방식을 채택한 것이 애당초 잘못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민의를 참칭()하는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청산하는 것이 새 정치다. 새 정치를 부르짖는 안철수 후보가 이런 방식에 동의한 것은 자기부정()이다. 여론조사 실시 요일이나 시간대, 집 전화와 휴대전화의 반영 비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기본이다. 질문에 후보의 이름만 표기할 때와 이름 뒤에 후보라는 단어를 붙일 때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부족해 여론조사 방법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충분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할 시간이 없으니 컨닝을 해서라도 합격하면 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100만 명의 국민선거인단이 참여한 경선을 통해 공당()의 대표 주자로 선출된 문 후보가 기껏 몇 천 명의 여론조사로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겨룬다는 것은 정당정치를 희화화하는 일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단일화 쇼를 종식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새 정치요, 정치 혁신이요, 민주주의의 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