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정치부 차장
광고 로드중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월 말 6·3 지방선거 승리에 해를 끼치는 가벼운 언행,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에 대해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방선거 민주당 압승론이 나오자 ‘승리 낙관론’을 경고하면서 군기를 잡았다.
정작 정 대표의 입이 문제가 됐다. 그는 어린이날 이틀 전 부산 구포시장 유세에서 만난 초등학교 저학년 여학생에게 하정우 전 대통령AI미래기획수석비서관한테 “오빠라고 해보라”고 했다. 정 대표는 환갑이 지났고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하 전 수석은 오십을 바라본다. 언행주의령을 내린 당 대표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정 대표가 자신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초등학생 딸이나 손녀에게 오빠라고 불러 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빠 강요범’, ‘성인지적 관점 부재’라는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았다. 정 대표의 사과에도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김광민 부원장이 다시 불을 붙였다. 그는 ‘오빠’ 발언 비판에 “본인 머릿속이 온통 음란마귀로 차 있으니 나이 차이 나는 남녀가 부르는 평범한 호칭조차 섹슈얼하게 들리는 것 아니냐”고 페이스북에 썼다가 지웠다.
광고 로드중
여당의 설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감시하려고 의원들을 만들어 놓은 거잖아요. ‘따까리’ 하려면 공무원을 해야지”라고 발언했다. ‘따까리’는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지난해 9월 김 의원은 한 국회 청문회장에서 북한 어뢰에 공격을 당한 천안함에 대해 “어디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는지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어디 반격 하나도 못 했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쯤 되면 말실수라고 넘어가기 어렵겠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오만한 입’을 비판하면 ‘윤어게인(again)’ 공천으로 얼룩진 국민의힘을 보라, 우리 말실수가 무엇이 문제냐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겨냥해 ‘대통령 셀프 공소취소 심판론’을 꺼내 들었을 때 민주당은 ‘내란 부역자 척결론’으로 맞받았다. 정치인은 상대를 심판하라고 치열하게 싸우고 유권자는 누구를 심판할지 정하면 된다. 하지만 민주당 박성준 의원의 “시민 10명 중 8, 9명은 공소취소 뜻을 잘 모른다”는 발언은 선을 넘은 오만함이다.
‘이부망천’(서울 살던 사람이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한마디에 확 뒤집히는 것이 선거다. 엄중 조치를 호언장담했던, 설화를 혼내야 할 당 대표부터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 탓인지 민주당 안에서 흔한 재발 방지 대책조차 나오지 않는다. 당이 결자해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심판할 수밖에 없겠다.
광고 로드중